일본 상장사 절반 가까이가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순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일본 상장사 1600곳의 2021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집계한 결과 46%인 743개사는 연초 예상보다 순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말 이후 2개월여 만에 이들 743개 기업의 예상 순이익은 1조8600억엔(약 19조2716억원)가량 증가했다.

일본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7%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고 올 1분기 또다시 역성장할 가능성이 나오는 것과 달리 기업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출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순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기계 등 제조업체의 49%가 순익 예상치를 늘려잡았다.

예상보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니그룹은 6600억엔이던 순이익 예상치를 최근 8600억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무라타제작소도 2400억엔이던 순익 예상치를 3020억엔으로 올렸다.

해운 요금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해운사와 종합상사의 순이익 전망도 크게 늘었다. 미쓰비시상사는 3800억엔이던 전망치를 8200억엔으로 2.2배 올렸다. 미쓰이물산과 이토추상사도 순익이 당초 예상보다 각각 2700억엔과 3800억엔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급망 혼란과 원가 상승 등이 앞으로의 기업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혔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투자전략가는 “올 상반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긴 어려울 전망”이라며 “내년까지 기업 실적이 이런 요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