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메랑 될 中의 '제로 코로나'
베트남과 인접한 중국 남부의 광시좡족자치구 바이써(百色). 인구 380만 명의 이 도시는 한 달가량 봉쇄돼 있다. 지난 5일 9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부터다. 최근 중국에서 봉쇄된 도시는 바이써가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북서부의 인구 1300만 명인 산시성 시안이 33일간 록다운됐고, 올해 1월에는 인구 500만 명의 허난성 안양이 봉쇄 조치됐다. 이들 도시가 봉쇄된 이유는 모두 같다.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허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집단 감염자가 발생한 도시는 예외 없이 봉쇄하고 있다.

강도 높은 방역 조치 지속

해당 도시에 있는 아파트는 환자가 나온 즉시 단지 전체가 봉쇄된다. 거주민뿐만이 아니다. 봉쇄 결정이 내려졌을 때 단지 내에 있던 경비원 등은 물론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잠시 들어와 있던 택배원도 길게는 3주간 나갈 수 없다. 입주민 모두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수도 베이징에서 해외발 우편물 접촉으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는 해외에서 택배를 받아도, 감기 증상으로 약을 사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이런 강력한 방역 조치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에선 하루 확진자가 1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중국 본토에선 90명의 감염자가 보고됐다.

대만도 사실상 제로 코로나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확진자가 급증하자 외국인의 입국과 환승을 전면 금지했다. 유흥시설은 문을 닫도록 했고 요식업소에 대해선 포장만 허용했다. 상점과 대형마트 영업도 엄격히 통제했다.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환자가 줄어들자 방역 조치를 일부 완화했지만, 해외 유입을 막는 철벽 방어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 덕분에 대만의 하루 확진자는 100명을 넘지 않고 있다. 사망자는 한 달 이상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대만 두 곳뿐이다. 대만 독립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두 국가가 코로나19 대응에선 ‘하나’가 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보단 정치적 판단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통해 지금까지 코로나 상황을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지만, 두 나라의 방역은 철저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기보다는 정치적 이유에 의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올가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결정을 앞두고 있는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미국 등 서방에 비해 체제가 훨씬 우월하다는 증거로 선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강력한 방역 조치를 통해 코로나를 통제했다는 평가에 힘입어 지난해 1월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머지않아 두 나라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효과를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엄격한 방역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복된 봉쇄로 인한 비용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2년간 문을 걸어 잠근 탓에 이제는 다시 개방하는 것이 더 위험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국가와 달리 두 나라의 인구 대부분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항체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정책으로 인한 부담은 결국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 정부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