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원서 확산한 ASF 남부에서도 검출, 지자체 방역에 사활
ASF 발생한 대구 인접 전북·경남·전남 "막아라" 방역에 총력전
빠르게 남하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방심했다간 쑥대밭" 초비상
야생 멧돼지를 매개로 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있다.

민통선과 인접한 북부지역에서 주로 검출됐던 바이러스가 어느덧 경북까지 번져 출하를 앞둔 양돈농가의 시름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된 시기는 2019년 9월 17일이다.

2천450두의 돼지를 사육하는 경기 포천의 한 농장에서 고열증세를 보인 돼지 5두가 폐사한 이후, 인접 농가에서도 ASF가 검출됐다.

현재까지 경기 북부 지역 ASF 발병 건수는 656건으로 집계됐다.

접경지와 맞닿은 강원도 또한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져 태백시를 제외한 17개 시군 전역에서 ASF 감염 멧돼지가 발견됐다.

폐사체와 포획된 개체를 더하면 강원지역 ASF 감염 멧돼지 수만 무려 1천402마리에 달한다.

방역 당국은 러시아·중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ASF 발견 초기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지역에 피해가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19일 충북 단양군 단성면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이후, 월악산과 소백산 일대로 바이러스가 확산했다.

급기야 이로부터 2개월 만인 지난달 28일에는 충북 남부인 보은군에서 포획된 야생 멧돼지에게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보은군은 동쪽으로는 경북 상주시, 서쪽으로는 대전광역시와 경계를 맞대고 있어 바이러스 남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그리고 그 우려는 끝내 현실이 됐다.

지난 8일 경북 상주시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 5마리가 나온 이후로 울진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현재까지 경북지역 양돈농가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16∼20일 나흘 연속 ASF 감염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추가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다.

빠르게 남하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방심했다간 쑥대밭" 초비상
당장 ASF 바이러스를 마주한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경북도는 상주시와 문경시 등 양돈농가 219곳에 대해 이동 제한을 명령하고 최근까지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야생 멧돼지 수색·포획과 농가 주변 방역 시설 개선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국 양돈농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충남도도 ASF 유입이 '초읽기'에 들어왔다고 보고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ASF 양성 개체가 검출된 충북 보은군과 인접한 금산군을 요주의 지역으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전북도와 전남도, 경남도 또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멧돼지 포획과 소독시설 운영 등 방역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발병 지역과 다소 거리가 있는 제주도는 제주국제공항과 양돈 단지에 비상 방역체계를 구축해 바이러스 검출 시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보은, 상주, 울진과 인접 시군에 'ASF 위험주의보'를 발령했다.

영농과 농산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에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오는 4월까지 전국 양돈농장 5천485호에 방역 시설 설치를 독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정헌 조근영 양지웅 조성민 우영식 김용태 심규석 홍창진 고성식 정경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