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방역 차별화로 지지율 견인 시도…'K방역 지나친 공격 역효과' 우려도
文 "고심 끝 내린 결정" 항변 속에도…협의 가능성 열어둬
與 미래-현재권력 미묘한 줄다리기 이어질듯
"과잉 방역" 정부에 각세운 李…문대통령 "유연하게 조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거리두기 완화'를 앞세워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행 거리두기를 둘러싼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방역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항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이 후보의 요구에 문 대통령이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모양새가 갖춰진 셈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꼽혀 온 K방역에 대해 이 후보가 지나치게 날을 세울 경우 친문 표심 결집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방역이슈를 둘러싼 여권 내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미묘한 줄타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과잉 방역" 정부에 각세운 李…문대통령 "유연하게 조정"
◇ 李 "과잉방역 중단"…부동산 이어 거리두기로 차별화
이 후보는 21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선 직후 제1호 지시사항으로 '코로나 피해 긴급구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당선된다면 3월 10일부터 거리두기를 완화시킬 것"이라며 "3월 10일 이후 대한민국의 코로나 대응은 확실하게 바뀔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선인의 권한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충분히 현직 대통령과 협의해서 필요한 조치를 차기 정부 책임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외에도 현재 재택치료 관리체계의 혼란, 전면등교 지침 및 청소년 방역 패스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전날 경기도 수원시 유세에서는 현재의 방역 체제를 "불필요한 과잉 방역"이라고 칭하며 자신이 당선될 경우 이를 중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정책 수정에 나선 데 이어 방역 문제를 고리로 다시 한번 차별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대선을 목전에 두고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과 방역 조치 강화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경우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이 후보 자신이 앞장서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방역에 있어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은 '유능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부각하는 적극적인 득표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방역 이슈는 민생 현안과 맞닿아 있는 만큼 차별화된 메시지를 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과잉 방역" 정부에 각세운 李…문대통령 "유연하게 조정"
◇ 문대통령 "유연하게 조정"…"고심 끝 결정한 것" 항변도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상황 변화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이 후보의 발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거리두기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 만으로도 이 후보에게 사실상 힘을 실어준 것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이 이 후보의 방역조치 완화 주장을 겨냥해 "본인이 임금님인 줄 아나.

당선되자마자 무슨 권한이 생기나"라는 비판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 후보에 대한 일종의 '방어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기에는 메시지의 내용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반론도 있다.

문 대통령은 "사람마다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

방역전문가는 오미크론이 정점에 이르지 않은 것을 우려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의 '찔끔 연장'에 불만이 크다"며 "(이번 결정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왜 확실하게 완화하지 못하느냐'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가운데 방역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면 그렇게 간단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항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한 해석이 오가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급격한 방역 차별화 전략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야권 단일화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지지층 총결집을 통한 역전 전략이 가동된 가운데 일부 친문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의 경우 정부 내에서도 자성론이 나오는 등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던 반면 방역의 경우 그간 문재인 정부의 성과 중 하나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균열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비판 대상'이 된 청와대도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생각하면 청와대가 대놓고 이 후보와 대립할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그럼에도 지나친 차별화가 내부의 골을 깊게 만들 경우 득표전략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