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질병도 '중대재해법 위반'이라는 쿠팡 노조
“단기간에 인력을 대거 채용한 물류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단어는 ‘과로사’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되면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국내 유력 택배회사 관계자의 호소다. 국내 e커머스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는 급증하고 있다. 5만 명이 넘는 쿠팡의 고용 규모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다. 2015년 3만4000명 수준이던 택배기사 수도 지금은 약 5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인력 급증으로 크고작은 사고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 물류기업들이 느끼는 공포의 차원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사업장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해 처벌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든 물류센터 협력사 직원이든 사망 사고가 나면 본사 최고경영진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수천 수만 명의 물류인력을 본사가 신체검사하고 계약할 수 없는 현실에서 지병에 의한 사망마저 과로사로 둔갑할까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노조가 “중대재해법 위반을 조사하라”고 날을 세우는 쿠팡의 사례가 남일이 아닌 이유다. 작년 12월 24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53세 근로자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 이송 중 의식을 잃고 약 50일 만인 지난 11일 결국 사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쿠팡 노조는 “119를 불러달라고 호소했지만 쿠팡 측이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고 고인이 쓰러진 날은 기온이 최저 영하 8도에 이르렀다”며 중대재해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조사 결과는 노조 주장과 전혀 다르다. 우선 고인은 영하 날씨에 노출되지 않는 실내 근무자였다. 전산 등 교육 업무 담당으로 15도가량의 실내에서 근무하던 중 두통을 호소했다.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노조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당시 증상을 확인한 관리자는 즉시 119를 불렀다. 다만 당시 구급차가 멀리 있어 물류센터까지 오는 데 20분이 걸렸고, 격리실이 있는 병원을 찾다가 세 번째 시도 끝에 이송할 수 있었다. 이는 공식 구급일지에 내용과 시점이 모두 기록돼 있다. 의료자원 부족이 불러온 비극을 노조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를 미연에 막아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안의 출발점은 사실에 기반한 원인 규명이 돼야 한다. 매번 ‘중대재해법 위반’을 단골메뉴로 꺼내 압박하는 모양새는 해법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