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력으로 추경 뒷받침…'부채의 화폐화' 자초한 한은 [김익환의 BOK워치]
한국은행이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로 금리가 뛰는 국채를 사들여 금리 오름세를 꺾을 계획이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한은이 국채매입에 나서면서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중앙은행이 정부 부채를 떠안는 것)’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가안정을 정책목표로 삼은 한은이 국채매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되레 키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함께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한은의 국채 추가 단순매입과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발행물량 축소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은은 앞서 이달에도 7일 국채금리 안정을 위해 2조원어치를 국채를 사들인 바 있다.

이처럼 국채매입에 나서는 것은 금리 오름세를 꺾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금리는 0.079%포인트 오른 연 2.343%에 마감했다. 2014년 9월 23일(연 2.350%) 후 7년 반 만의 최고치다.

금리를 밀어 올린 것은 정부와 여야의 추경 논의다. 추경의 상당액을 적자국채로 마련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당초 14조원 추경안을 위해 11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 계획을 세웠다. 정부안을 크게 뛰어넘는 35조~50조원 추경을 요구하는 여야는 적자국채 발행 규모로 30조원 안팎을 설정했다.

한은은 작년부터 추경 논의로 금리가 들썩일 때마다 국채매입에 나섰다. 작년 1~2차 추경 논의가 작년 상반기에 6조원어치 국채를 사들였다. 추경 논의로 금리가 뛰는 이달에도 한은은 국채매입에 나서면서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추경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됐다는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의 화폐화 논란도 그만큼 확산되고 있다.

한은의 국채매입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국채를 찍어 마련한 추경으로 돈을 푸는 데다, 한은이 국채를 사들여 다시 추가로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이주열 총재와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1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유동성 관리 등 한은의 거시적 대응과 정부의 미시적 안정 조치로 기대인플레이션과 근원물가 안정적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과 정부가 물가안정 노력과는 모순되는 '돈 풀기'에 나서면서 물가정책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