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 2년 사이 세계 주택가격이 17% 뛴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영향으로 가계 부채도 사상 최대 규모인 55조4000억달러(약 6경6452조원)까지 늘었다.

미국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요 25개국 주택가격’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세계 주택가격지수는 135.85에서 158.72로 17% 상승했다. 2005년의 가격을 100으로 본 수치다.

캐나다의 집값이 38% 오른 것을 비롯해 뉴질랜드(35%) 호주(27%)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미국 집값도 2년 새 21% 급등했다. 한국의 집값은 20% 올라 25개국 가운데 8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일본의 집값 상승률은 2%로 스페인(1%)과 함께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오르지 않은 국가였다. 지난 2년간 한국의 집값 상승률이 일본의 10배에 달했다.

세계적인 집값 급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 대응한 주요국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집값이 17% 오르는 동안 주요 25개국의 소득은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캐나다(12%)와 뉴질랜드(6%) 호주(13%)의 가처분소득 증가율도 집값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한국의 가처분소득은 5% 늘어나 25개국 가운데 12위였다. 수입보다 집값이 더디게 오른 나라는 일본(집값 상승률 2%·가처분소득 상승률 4%), 아일랜드(7%·12%), 콜롬비아(7%·12%) 등 3개국뿐이었다.

소득보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저금리 대출이 쉬웠던 탓에 세계의 가계 부채도 급증했다. 작년 3분기 기준 세계의 가계 부채는 55조4000억달러로 2019년 말보다 6조달러(10.8%) 증가했다. 늘어난 가계 대출의 상당 부분은 주택담보대출로 추산된다. 일본의 경우 작년 9월 말 가계 부채는 346조엔(약 3596조원)이었고, 이 중 216조엔이 주택대출이었다. 가계 부채가 4% 늘어날 때 주택대출은 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히 늘어난 가계 부채가 세계 경제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회사 로젠버그리서치&어소시에이츠는 “저금리 기간에 대출을 늘린 가계들이 금리 상승 국면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