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제주 돌며 '적폐수사' 발언 맹비난…盧 전대통령 비극도 소환
'정치보복' 프레임 강화 시도…지지율 회복 조짐 자신감도 반영
"폭압·공안정치의 나라로?"…李, 공식선거운동 앞두고 尹 맹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돌입 전 마지막 주말에 충청과 제주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을 연일 맹폭했다.

'적폐수사' 논란을 계속 끌고가면서 윤 후보를 '정치보복' 프레임에 단단히 가둠으로써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동층을 끌어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는 1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 위령탑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참혹한 보복의 현장에서 다시 보복을 생각하는 상황이 됐다.

정치보복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보복의 낡은 시대를 넘어,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썼다.

1947년 봄부터 약 7년간 이어진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학살된 4·3 희생자를 기리는 현장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윤 후보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즉석연설에서도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돼 촛불도 엄단하고, 언론사도 마구 폐쇄하고, 5년짜리(대통령)가 감히 검찰에 겁도 없이 달려드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검찰국가가 되면 누구의 불행이겠냐"면서 윤 후보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이어 "촛불집회도 처벌당하고 우리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건물 옥상에 숨어들어 유인물을 뿌려야 하는, 그런 비민주적인 국가, 폭압정치의 나라, 공안정치의 나라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신 정권이 우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보복 하는 바람에 그분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기억을 기억하느냐.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공언하는 후보가 있다"면서 고(故) 노 전 대통령까지 소환했다.

이 후보는 매일올레시장 즉석연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추가 배치,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등 윤 후보의 공약과 발언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깎아내렸다.

특히 "엄정하게 수사해 처벌해도 부족할 판에 고위공직자, 사정권력자의 가족들이 주가조작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걸 방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몇년도 5월 이후엔 거래한 일이 없다 했는데 다른 계좌로 수없이 거래한 것이 드러나지 않았느냐. 그런데 (2차 TV) 토론에 국민 2천만 명이 보는 앞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국정을 정직하게 국민을 위해 할 수 있겠냐"면서 윤 후보가 거짓으로 해명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동행한 민주당 의원들도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살인했는지 알고 있다"(위성곤), "임인년을 상징하는 한자가 화합과 통합이다.

화합과 통합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재명"(송재호)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공격에 동참했다.

이 후보는 앞서 전날 전통적 '스윙보터'로 꼽히는 충청권의 세종, 천안, 청주 등을 돌면서도 "후회를 반복할 거냐"면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윤 후보를 맹공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격도 병행했다.

지난 11일 2차 TV 토론에서 '적폐수사' 언급을 자제했던 것과 달리 훨씬 공격적인 모습이다.

'복수혈전' '참혹한 보복' '궤멸' 등 표현의 강도도 한층 세졌다.

그는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바뀌었다기보다는,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고 특히 정치보복과 공안정치를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함을 전달해 드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세' 모드에는 2월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이던 자신의 지지율이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 공개,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표출 및 사과요구 이후 회복 국면을 보이는 데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주의 유일한 생존 독립운동가인 강태선 애국지사를 만난 사실도 공개하며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과 평화를 위한 정치에 온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 폐기물 '제로'인 순환자원 혁신도시로 육성 ▲ 제주형 기본소득 시범 도입 ▲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 ▲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등 제주도민의 표심에 구애하기 위한 공약도 여럿 발표했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날인 1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한 뒤 명동예술극장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선언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모두를 위(We)한 유세' 콘셉트의 대선 유세도 소개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인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폭압·공안정치의 나라로?"…李, 공식선거운동 앞두고 尹 맹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