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여파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시장이 술렁이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는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2022년 동계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EU 전체(27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는 4%, 내년에는 2.8%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 회원국)의 올해 GDP 증가율은 EU 전체와 같은 4%, 내년 증가율은 2.7%로 제시했다. EU 전체 및 유로존의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발표치(4.3%)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공급망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맞물리며 올해 EU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집행위는 올해 EU의 인플레이션을 3.9%, 유로존 인플레이션을 3.5%로 예상했다. 지난해 2%대였던 예상치보다 상향됐다. 유로존에서만 에너지 가격이 작년 12월 26%가량 급등한 와중에 주요 에너지 공급 국가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에너지 수급을 교란할 가능성이 여전해서다. 하지만 집행위는 유로존을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이 올 1분기 4.8%로 고점을 찍은 뒤 4분기에는 ECB의 정책목표 수준인 2.1%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라가드르 ECB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성급하게 (금리 인상 등) 행동하면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ECB의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정해왔던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3일 ECB 통화정책위원회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ECB가 올해 금리 인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불거졌고 유럽 증시 조정으로 이어졌다. 이에 라가르드가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