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맨 오른쪽)이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맨 오른쪽)이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년에만 36조원 이상 필요한 전 국민 기본소득 공약을 확정했다. 경기도 내년 예산(33조원)보다 많은 규모다. 이 후보는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11일 이런 내용의 ‘10대 공약’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은 10대 공약 가운데 세 번째인 ‘경제적 기본권 보장·청년기회국가 건설’ 항목에 포함됐다.

이 후보 측은 전 국민 보편 기본소득 추진을 못 박으면서 연 25만원으로 시작해 임기 내 연 100만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의 기존 입장대로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의 공론화를 거쳐 국민 의사를 수렴해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만 19~29세 청년 대상 연 100만원 △문화예술인·농어촌 기본소득 △아동·청소년·장년 수당 등도 명시했다.

이 후보의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기본소득에만 36조원 이상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 국민에게 연 2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12조9000억원이 필요하다. 청년기본소득에 필요한 예산은 7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후보는 만 60~65세 장년층에게 기본소득 연 120만원 지급을 공약했는데,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5조8000억원이다. 현재 만 7세까지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이 후보 공약대로 만 18세로 지급 대상을 늘릴 경우 매년 9조1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 119만 가구에 달하는 농어촌 기본소득(1조2000억원), 18만 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 기본소득(1800억원) 등도 내년 예산에 포함되면 총 36조3000억원의 예산이 기본소득에만 쓰일 전망이다.

이 후보 측은 △지출구조조정, 조세감면개혁, 지하경제·탈루세원 양성화 등 세입 기반 확충 △토지이익배당·탄소배당(세금) 도입 △일반재정 편성 등을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제시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재해·재난 예방을 위한 적립 기금을 헐어 쓴 경기도 기본소득의 사례에서 보듯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해 쓸 돈을 이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기존 세제 혜택을 줄이는 조세 감면 축소 역시 납세자 저항이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의 1순위로 ‘코로나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꼽았다. 이를 위해 코로나 백신 치료제 국산화 지원, 소상공인 피해 완전한 보상 및 채무 부담 경감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을 10대 공약에 포함하면서 자영업자의 노동자 대우를 공약했다. 노동자든 자영업자든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를 명시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정치와 사법개혁’을 내세우면서 “생명권 등 새로운 기본권 명문화와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수사·기소 분리’도 공약에 포함했다. 이는 검찰권 약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