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 / 사진=연합뉴스
영국 중앙은행 . / 사진=연합뉴스
세계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중입니다. 금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에 그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한 각국의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됩니다. 세계 주요국들의 주택가격이 올랐던 가장 큰 이유가 쉽게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가능했고 금리 또한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주택시장의 과열된 열풍이 사라지고 주택가격 또한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입니다.

캐나다 금융기관감독국은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일부 시장의 주택가격이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캐나다는 12년 연속 주택가격 상승률이 최고를 경신한 바 있습니다. 토론토의 경우 지난해 18% 상승하여 평균 매매가격이 한화로 10억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 2년간 18%로 주택가격이 상승한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중앙은행은 팬데믹 이후 세계 주요 국가 중에는 최초로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2월에도 재차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영국중앙은행이 금리를 연달아 올린 사례는 2004년 이후 처음입니다. 호주에서도 지난 1월 주택가격이 1989년 이후 가장 급격히 상승하여 1년 전과 비교하면 한화로 1억 원이 넘게 비싸졌다고 합니다. 호주중앙은행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주택시장이 둔화되고 연말쯤이면 가격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고 호주경제매체인 파이낸셜리뷰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대출규제와는 다르게 금리 인상이 주택가격을 급격히 끌어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와 세계 주요 국가와는 금융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대략 LTV(담보인정비율) 80% 수준에서 모기지(mortgage)를 일으켜 주택을 구입합니다. 심지어 1%의 계약금(downpayment)만 내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모기지 상품들도 존재합니다. 이런 금융환경이라면 금리인상이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가계부채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주택수요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빌려서 주택을 구입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이 40% 미만에서 유지되고 있고, 1월부터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대출을 받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 규제는 올해 7월에는 대상이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금융과 부동산과의 관련성은 계속 멀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의 경우 주택가격에서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부동산의 금융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오히려 부동산과 금융이 분리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LTV를 80% 선에서 빌려주는 세계 주요 국가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고가주택보다는 중저가 주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또한 외국과는 다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15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담보대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2억6000만원(KB국민은행 2022년 1월 기준)에 이르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대출금지선에 가깝게 오를 겁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의 여파가 부동산의 금융화가 진전된 세계 주요 국가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도 3월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아직 주택가격 하락의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공인중개사협회(NAR: 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의 중위 주택가격은 34만6900달러로 전년보다 16.9%로 올랐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 주택가격이 내려갈 기대는 많지 않지만 가격 상승은 느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으로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담보대출을 많이 해주기를 바랍니다. 무주택자들이 집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갭투자만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