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에 투자한 기관투자가와 개인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의 장기 회사채 투자자는 1년 전 투자한 상품을 기준으로 3% 이상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투자자 '비명'…우량채 손절물량 쏟아져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채권지수는 전날 183.0(총수익 기준)으로 1년 전 188.8 대비 3.1% 하락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채권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KRX채권지수는 2006년 3월 1일 100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거래소 상장 채권 가격을 추종하는 지표다. 평균 만기(듀레이션)는 5년6개월이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 운용에서 손실이 나자 자산운용사와 은행·증권사는 펀드·퇴직연금 등 상품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장기채권을 주로 매입하는 연기금·공제회와 보험사 등은 우량 회사채 손절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 기관투자가는 전날 장외시장에서 포스코311-1회 채권 400억원어치를 연 2.69%에 팔았다. 매각가격은 액면 1만원당 9815원이다. 작년 9월 연 1.84% 이자를 받으려고 액면금액 1만원에 채권을 샀지만 유통금리가 급등하며 5개월 동안 7억원어치의 손실을 봤다.

2020년 이전 투자한 상품도 평가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발행한 하나에프앤아이181-2회 채권 400억원어치는 전날 연 2.95% 수익률로 1만원당 9850원에 팔렸다. 3년 만기로 발행할 당시 발행금리는 1.86%였다. 하지만 금리 급등으로 1년3개월 만에 6억원의 손실을 냈다.

채권형 펀드 역시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한 달여 동안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0.51%를 기록했다. 연초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장기 투자자들은 연간 5% 가까운 손실을 보는 셈이다.

공모 채권형 펀드에선 작년 6월부터 매달 자금이 순유출됐다. 작년 11월 한 달에만 4조원 규모의 펀드가 해지되는 등 8개월 사이 7조584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채권 시장의 큰손 가운데 하나인 채권형 펀드가 줄어들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호/이현일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