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의 호소…"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는 노동규제 개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이 차기 정부에서 획일적인 주 52시간제와 사업주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김 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로 일을 더 할 수 없게 된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어들어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고,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다른 업체 직원을 스와핑(교환 파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본처럼 노사가 합의하면 월 단위, 연 단위로 근로시간을 쓸 수 있게 해 근로자에게 일할 권리와 돈 벌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노사 합의 시 월 100시간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날 중기중앙회가 공개한 중소기업 600곳(무작위 추출)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가장 개선이 필요한 중소기업 정책으로 ‘획일적인 주 52시간제도 시행’이라는 응답이 45.3%로 가장 높았다. ‘차기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중소기업 정책 1순위’에 대해서도 ‘노동규제 유연화’라는 답변이 40.5%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최저임금 역시 노조 요구대로 급격하게 올렸더니 현재 319만 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모순된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많은 중소기업인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말한다”며 “중소기업의 99%가 오너이자 대표인데, 사고가 났다고 대표를 구속하면 그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산재 발생 원인의 75.6%는 근로자의 부주의인데 사업주만 처벌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들은 사업주의 의무 사항을 명확하게 하고 처벌 수준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양대 노총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와 중대재해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하는 것에도 “688만 중소기업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달 만기 연장 조치가 종료될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상실 걱정 없이 투자를 유치하도록 벤처기업의 비상장 주식에 대한 복수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것도 차등의결권 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선 “대기업이 창업주 시절엔 중소기업 사정을 잘 이해했지만 2~3세 경영 체제로 넘어가면서 현장을 잘 모르다 보니 하청기업 이윤을 짜내 수익을 남겨온 임원들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생겼다”며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