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체제'서 '함영주 체제' 전환 채비…법률 리스크는 남아
10년만에 새 수장 맞게 된 하나금융…디지털 전환 등 과제
8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함영주 부회장을 단독 추천하면서 하나금융은 10년 만에 새 사령탑을 맞을 채비를 하게 됐다.

금융산업이 비대면 디지털 시대로 급속히 변해가는 가운데 함 부회장은 향후 하나금융의 전환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중임을 맡게 됐다.

다만, 함 부회장 관련 법률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점은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을 전망이다.

◇ 하나·외환은행 성공적 통합 이끌며 차기 수장 '낙점'
하나금융의 '포스트 김정태' 전환은 작년부터 어느 정도 예견이 돼왔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의 나이가 70세를 넘길 수 없는 만큼 1952년생인 김 회장은 이번 임기가 끝나는 올해 3월 25일 이후 연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회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임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손사래를 치는 등 연임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하나금융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 2018년 그리고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어왔다.

연륜과 경력을 고려할 때 함 부회장은 일찌감치 다른 잠재 후보군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한 함 행장은 두 은행을 성공적으로 통합하고 하나은행의 성장을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덩치만 큰 공룡' 벗어나 '디지털 전환'으로 생존해야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하나금융을 이끌게 될 함 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적지 않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며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임직원에게 경각심을 깨우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극적인 변화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빅테크와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말이다.

디지털 전환 외에도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새로운 사업모델 모색,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이 함 부회장 앞에 주어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회추위는 "함 후보는 하나금융그룹의 안정성과 수익성 부문 등에서 경영 성과를 냈고, 조직 운영 면에서도 원만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며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 법률 리스크 아직 남아…주총 앞두고 1심 결론 나올 듯
다만 내달 말 주주총회에서의 최종 선임을 앞두고 함 부회장 관련 법률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함 부회장은 직원 채용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다음 달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 중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한 징계처분 취소소송도 다음 달 16일 선고가 예정돼 있다.

최근 유사 재판에서 다른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체로 승소한 점은 법률 리스크 해소에 긍정적인 지점이다.

지난해 11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채용 관련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회추위가 함 부회장을 일찌감치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한 것은 이런 사례를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