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플랫폼 중 하나는 명품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병행수입과 구매 대행 등을 통해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커머스지요.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캐치패션 등 이 플랫폼들은 최근 명품 소비의 부상으로 거래금액과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투자자금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자금은 주로 정보기술(IT) 역량 강화에 쓰입니다.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한 플랫폼이 급성장하면 IT 기술을 한 단계 도약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지요. 산업의 전통 강자 기업들에게서 IT 인력을 스카웃하는 등 개발자 확충에도 공을 들입니다.

머스트잇의 정보기술(IT)을 책임지는 조영훈 최고기술경영자(CTO)도 ‘대기업’ 출신입니다. 이베이코리아에서 16년간 일하며 모바일 부문을 총괄하다 2020년 4월 머스트잇에 합류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명품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명품 플랫폼이 조명받고, 소비자들이 몰리기 시작한 시기였지요. 한때 국내 거래규모 1위였던 e커머스 출신 IT개발자 관점에서 스타트업 등 신생 플랫폼이 당면한 문제점과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서울 압구정 머스트잇 본사 사무실에서 조 CTO를 만났습니다.
"명품 쇼룸처럼 섬세한 추천 해주는 플랫폼 만들 것" [한경 엣지]
머스트잇은 2011년 설립된 10년차 온라인몰입니다. 조 CTO가 합류했을 때는 당장 온라인몰이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이트가 몇 번이나 다운됐고, 시스템을 유지 및 보수하는 데 급급한 상태였습니다. 명품 커머스에 필요한 보다 고차원적인 기능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합류 후 한 달 간 머스트잇의 시스템을 분석한 조 CTO는 시스템을 손보는 수준으로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체 임직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머스트잇의 플랫폼과 사내 시스템을 아예 새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사용자들이 동시에 다수 몰려도 감당할 수 있는 온라인몰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아테나 프로젝트’라 이름붙인 이 프로젝트는 2020년 5월부터 약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입니다.

명품 커머스는 쿠팡 등 공산품 위주의 종합 e커머스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결제 후 품절’ 문제가 자주 일어난다는 겁니다. 한정 수량만 생산 및 유통되는 명품은 재고가 극히 적습니다. 더욱이 머스트잇에 입점한 병행수입업자들은 발란과 트렌비 등 다른 명품 커머스, 쓱닷컴 등 종합 오픈마켓에도 입점해 있습니다.

때문에 입점업체들의 재고 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스트잇이 오픈마켓 입점업체용 재고관리 시스템을 개발해준 이유입니다. 조 CTO는 “명품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며 소비자 뿐 아니라 입점업체 확보 경쟁도 거세진 상황”이라며 “또다른 고객인 판매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생 플랫폼들이 간과하기 쉬운 보안에도 신경썼습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10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관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가입자 개인정보 등 기업의 정보보호 관리 체계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부여하는 인증입니다. 명품 커머스 중에서는 유일합니다.

머스트잇은 이 인증을 획득하는 데에만 7~8개월을 투자했습니다. 조 CTO는 “스타트업 등 신생 플랫폼들은 빠른 성장을 위해 기능 개선에 올인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암호화 등 보안은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면서 “그러나 안전 문제는 한 번 불거지면 파장이 크고, 최근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며 더욱 중요한 항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안에 이어 조 CTO가 현재 뛰어든 부문은 큐레이션입니다. 기본은 갖췄으니 ‘개인 맞춤형 추천’으로 다른 명품 플랫폼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맞춤형 추천은 롯데온 등 대형 e커머스들도 추구하는 방향이지만 명품 플랫폼은 훨씬 더 정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품 소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구매력과 연령에 따라 취향이 제각각입니다. 브랜드마다 충성 소비자가 있는 한편 제품 색상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갈리고는 합니다. 머스트잇은 그래서 소비자 행동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섬세한 수준까지 맞춰 추천하는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까지 온라인 명품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조 CTO는 “명품은 쇼룸을 방문하면 전담 직원이 붙어 제품 추천과 설명을 상세하게 해 주고, 스타일 등 콘텐츠까지 제시해준다”며 “머스트잇의 목표도 소비자 개인의 니치한 취향까지 반영해줄 수 있는 '온라인 쇼룸'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외 최근 서울 압구정 사옥 1층에 연 오프라인 쇼룸과 온라인의 재고 및 판매 시스템 연계, 최근 직매입을 일부 시작한 만큼 물류 관리 시스템 구축도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 머스트잇은 최근 IT 인력 확충에도 나섰습니다. 경력 개발자 공개채용 중으로 시니어급 개발자에게는 사이닝 보너스 1억원 또는 스톡옵션 2억원을, 주니어와 중견급 개발자에게는 스톡옵션 최대 1억원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현재 머스트잇의 전체 임직원 중 IT 인력 비중은 20~25%입니다. 이를 4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