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8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우승…베이징에선 9위
[올림픽] 왕관 내려놓고도 웃은 앤더슨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까"
점수를 확인한 제이미 앤더슨(32·미국)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곧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고, 경기 뒤에는 무사히 경기를 마친 후배들과 진하게 포옹했다.

메달리스트 3명에게는 축하 인사도 전했다.

미국 NBC스포츠는 7일(한국시간) "아쉬운 패배 뒤 승자에게 축하 인사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전설' 앤더슨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앤더슨은 6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최고점 60.78로 9위에 그쳤다.

이 종목 올림픽 2연패(2014년 소치·2018년 평창 우승)를 달성한 앤더슨에게 '9위'는 참혹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앤더슨은 웃었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조이 사도스키 시노트(21·뉴질랜드), 2위 줄리아 마리노(25·미국), 테스 코디(22·호주)는 2000년대 혹은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Z세대'다.

1990년생인 앤더슨은 자신을 밀어내고 '스노보드의 새 시대를 연'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했다.

[올림픽] 왕관 내려놓고도 웃은 앤더슨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까"
앤더슨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메달 또는 결과에 내 행복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며 "스노보드를 즐기고, 멋진 결과를 만든 새로운 세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뒤 잠시 (기대 이하의 결과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긴 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나는 인간이다.

최선을 다하지만, 로봇처럼 늘 같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고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앤더슨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 서비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시노트의 마지막 시기는 내가 스노보드 선수로 뛰며 본 최고의 장면이었다"며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의 경기를 한다.

그들과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내게 엄청난 영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에서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앤더슨은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스노보더 중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땄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많은 스노보더가 앤더슨을 우상으로 꼽는다.

앤더슨은 어린 선수들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는 2013년 '제이미 앤더슨 재단'을 만들었고, 현재까지 30명 이상의 동계 스포츠 유망주를 후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