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사가 해외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65년이었다. 그해 현대건설이 태국 파타니~나라티왓(약 100㎞) 구간의 2차로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했다. 쟁쟁한 미국 유럽의 29개 건설사와 경쟁한 끝에 따낸 쾌거였다. 수주액은 552만달러(약 66억원). 당시로선 큰 금액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문제였다. 엄청나게 많은 비가 쏟아졌고 토질도 나빴다. 젖은 모래와 자갈을 대형 철판에 올려놓고 구워가면서 공사를 해야 했다. 포장을 끝낸 아스팔트는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이때의 경험은 값진 교훈이 됐다. 태국 정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현대건설에 6개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더 맡겼다. 이후 다른 한국 기업들이 해외 건설에 속속 참여했다. 이들이 베트남과 중동 특수로 벌어들인 외화는 1970~80년대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리비아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수로 공사는 동아건설이 수주했다. 1984년 착수한 1단계 공사는 내륙에서 지중해 연안까지 송수관 1874㎞를 연결하는 대역사였다. 착공 7년 만에 맑은 수돗물이 사막 도시에 공급되는 걸 본 리비아 사람들은 환호했다. 동아건설은 이보다 더 큰 규모의 2단계 공사도 따냈다.

2000년대 들어선 토목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 공사와 초고층 빌딩에 주력했다. 현대건설은 이란의 초대형 가스처리시설 개발을 맡았고, 삼성물산은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할리파를 시공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 공사, GS건설은 이집트의 석유화학 플랜트를 수주했다.

한국전력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4기를 200억달러에 땄다. 포스코는 브라질에 43억달러 규모의 일관제철소, 한화건설은 이라크에 77억달러가 넘는 신도시,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터키의 세계 최장 현수교를 시공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이 최근 9000억달러(약 1080조원)를 넘어섰다. 문제는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일감이 줄어든 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커졌다. 치솟는 인건비도 부담이다. 이젠 무조건 공사를 따고 보는 외형 경쟁보다 ‘될성부른 공사’를 선별 수주하는 내실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