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환경부가 친환경 경제활동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했다. 택소노미(taxonomy)는 유럽연합(EU)이 ‘녹색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 정보 공개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여섯 가지 환경 목표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한다면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우리 정부도 자본 흐름을 녹색 투자·녹색 금융으로 유도하면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사회 전체의 실질적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친환경 활동을 인증할 수 있도록 했다.

녹색분류체계는 금융회사와 기업 등 녹색프로젝트를 판별하고자 하는 기관·개인 누구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침서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개의 환경 목표를 충족하는 69개 경제활동이 ‘녹색’으로 분류됐다. 이 중 우리가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부문은 바로 먹거리와 관련된 일회용품 사용량 줄이기와 대체가공식품 제조다. 소상공인들에게도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식물성 고기 등을 통한 ‘식단 변화’를 강조했고,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육식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이처럼 대체가공식품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5%(유엔식량농업기구 기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주도의 에너지 전환과 국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생활 속 실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먹거리 문화 변화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먹거리 전환에 따른 기존 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선행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는 중간 조직의 역할도 필요할 것이다. 일회용품 관련 규제에서도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선순환될 수 있도록 회수에 따른 인센티브가 더 커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 농식품 부문에서 대체육을 K택소노미 핵심 콘텐츠로 육성한다면, 국민들은 소비자로서 친환경적인 선택적 소비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대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도 친환경 식단으로 바꾸는 소비자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식품우량기업들은 선행적으로 대체가공식품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대표적으로 신세계푸드는 소고기 대체육이 대부분인 국내 대체육 시장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돼지고기 대체육을 선보이며 단백질에 대한 선택을 다양하게 만들어 줬다. 이는 일반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에게도 가치 소비뿐만 아니라 식물성 고기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전략적인 협력 방안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과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잡은 만큼 다양한 분야의 산업과 공동 상품 개발을 통해 탄소 절감 효과에 대한 의미를 고취하는 협업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도 기존 축산업과 대체육산업이 공생·공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육성책을 뒷받침해야 한다. 축산농가가 메탄가스 저감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업종 전환을 원하는 경우 관련 교육과 인센티브 재원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