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률 위반 지적도…"조직 기강 더 해이해져"
경찰청 개방형 감사관에 또 감사원 현직…"바람막이 언제까지"
경찰청이 개방형 감사관에 또 감사원 현직을 앉히면서 10여년 넘게 감사원 직원이 경찰청 개방형 감사관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청 개방형 감사관은 경찰 사무 행정 전반에 대한 종합감사와 특정감사, 일상 감사 등 내부 감사 활동을 수행하고 감사원 감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한다.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24일 개방형 감사관으로 감사원 직원인 A씨를 채용했다.

이로써 2년 단위로 채용하는 경찰청 개방형 감사관직은 개방형 감사기구장 제도(공공감사법)가 시행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모두 감사원 현직이 차지하게 됐다.

감사원의 개방형 감사관직 독점 문제는 지난해 말 한 시민단체 지적으로 공론화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관행을 유지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방형 직위는 인사혁신처를 통해 시험을 치르고 추천된 결과"라며 "경찰청에서 개입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해당 직위의 최종 임용권자로, 인사혁신처와 협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책임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경찰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의 개방형 감사관 직위는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심사위원회(중심위)의 선발 시험을 거친다.

중심위가 서류 전형으로 5명을 합격시킨 뒤 면접을 통해 최종 3명을 각 부처에 추천하면 해당 부처에서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감사원 직원이라고 해서 선발 과정상 가점이 있지는 않다"며 "경찰청에 추천한 최종 3인이 모두 감사원 현직이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위 특성상 감사원 직원이 전문성이 있고 관련 경험이 많다는 점이 부처의 최종 임용 과정에서 고려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 직원이 개방형 감사관을 맡는 것은 관련 법률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은 개방형 감사관의 결격 사유로 임용 기관의 주요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를 들고 있는데, 감사원은 대부분 공공 기관의 민원과 감사 등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업무적 관련이 크므로 법률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경찰청이 중앙부처 중 유일하게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도 비판 지점 중 하나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대표는 "감사원 직원이 개방형 감사관직을 맡는 것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거들려면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감사관 자리에 감사원 직원이 오면서 조직 기강이 더 해이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방형 감사관을 감사의 바람막이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개혁을 이끄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