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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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입니다. 팔아주세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국내 굴지의 유명 돈가스 맛집으로 자리 잡은 연돈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식사권에 웃돈을 얹어 사고파는 소위 '암표 거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신혼여행' 등을 강조하며 식사권을 팔아달라는 시민들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제주도 지역 중고거래 앱에는 연돈 식사권을 구매하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연돈의 돈가스 가격은 1인분 기준 9000~1만 원. 몇만 원씩 웃돈을 얹어 구매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구매 희망 가격을 적어놓지 않고 '비싸게 사요'라는 글을 올린 시민도 있다. 판매글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왔다는 부부나 태교 여행을 왔다는 임신부 등의 구매 희망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임신 중입니다. 연돈 2인 팔아주세요', '태교 여행 중입니다. 연돈 2인 삽니다', '신혼여행 중입니다', '신혼여행 왔어요. 제발요' 등의 글을 올려 식사권을 양도해줄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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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먼저 몇만 원씩 웃돈을 얹어 구매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마당에 '임산부', '신혼여행'까지 어필하는 것은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취지의 부정적인 반응이 확인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크지 않은 가격에 높은 퀄리티가 연돈의 장점인데, 애초에 제주도 갈 돈이면 그냥 비싼 돈가스를 사 먹는 게 이득이다", "굳이 임산부인 걸 말해야 하나", "임신이 벼슬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단순히 돈가스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억을 쌓기 위한 것 아니겠냐'며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다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제주도 간 김에 유명한 음식 먹으면 좋은 거고, 그냥 밑져야 본전인데 저런 글을 쓰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매스컴과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게에서 식사하는 '경험'을 위해 가는 것", "관광지처럼 가보겠다는 건데 ", "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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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 1월부터 예약 방식을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연돈은 이전까지 오프라인 선착순 방식으로 손님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식당 앞에 텐트를 치거나, 캠핑 의자를 놓고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예약으로 방식이 변경되면서 이젠 대리 예약업자까지 등장했다. 소위 '매크로'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업자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 이는 연돈 등 식당뿐만이 아니라, 각종 콘서트, 의류 한정 판매 등도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 구매와 재판매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 순수한 목적의 시민들이 웃돈을 얹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