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속속 '배터리 스왑'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처럼 교환소에서 5분 내에 배터리를 바꿔 다는 배터리 스왑은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5일 시나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민영 1위 완성차업체인 지리자동차와 배터리기술 개발사인 리판커지는 50 대 50 합자사인 충칭리반자동차기술을 설립했다고 전날 각 거래소에 공시했다. 지리차는 홍콩증시, 리판커지는 상하이증시 상장사다. 자본금 6억위안(약 1135억원)으로 출범한 리반은 배터리 스왑 관련 기술과 상품을 개발해 지리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리는 2017년부터 독자적으로 배터리 스왑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 9월 'E에너지'라는 브랜드의 교환소를 서부 대도시 충칭에 처음으로 열었으며 2025년까지 5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번호판 자동 등록 시스템 등을 갖춰 진입 후 1분 내에 모든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리는 또 지난해 11월 배터리 스왑 시스템을 장착한 '홈트럭'이라는 전기트럭을 공개했다. 2024년 첫 양산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57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장거리 물류 트럭에 배터리 스왑을 적용해 충전 시간을 줄이면 전기트럭 판매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배터리 스왑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베터플레이스'와 전기차 세계 1위인 테슬라 등이 10여년 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베터플레이스는 도산했고 테슬라는 2013년 캘리포니아에 1호 교환소를 열었다가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베터리 교환소 설치 비용이 충전소의 10배에 달하는데다 교체 시간을 줄이려면 교체용 배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중국에선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련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91만대에서 작년 244만대로 2.5배 커졌고, 올해는 다시 550만대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신세력' 선두인 웨이라이(NIO)는 2014년 출범할 때부터 배터리 스왑을 내걸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배터리를 빼고 전기차를 팔아 가격을 낮추고 배터리를 대여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700여 교환소를 운영 중이며 2025년 4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은 지난 19일 배터리 스왑 브랜드 'eVOGO'를 내놨다. 기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4분의 1로 크기를 줄이고 최대 3개까지 장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린 게 특징이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시노펙도 기존 주유소 부지에 교환소를 짓는 방식으로 이 사업에 진출했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 스왑을 '신 인프라'로 지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베이징, 난징, 우한, 싼야 등 11개 도시를 배터리 교환 사업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