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50일도 안 남았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중립성 시비로 또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선캠프 특보 출신인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비상임위원으로 전환해 전례 없이 3년 임기가 연장된 데다, 청와대가 선관위 내부 규정을 고쳐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것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 김모 행정관은 작년 11월 23일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2010년 이후 중앙선관위 위임전결규정 개정사항’을 요구했다. 위임전결규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선관위 업무를 총괄하는 상임위원의 전결처리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선관위 상정 안건의 수정·변경 등 권한이 막강했으나, 2012년 선관위 규칙 개정으로 대폭 축소됐다.

야권은 “조해주 상임위원이 선거에 불공정하게 개입하며 선관위의 중립성을 해쳐 왔는데, 이제는 그 자리의 권한까지 늘리려 한다”며 상임위원의 전결권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선관위 개입 의도를 부인하고 있지만, 자료 요구 정황을 볼 때 야권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지 않다. 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청와대는 선관위에 대한 164건의 자료 요청을 모두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발송기록이 남는 공문 형태로 해 왔으나, 유독 이번 건만 유선전화로 자료 요청을 했다. 선관위 역시 개정 사항 19건을 작년 11월 29일 이메일로 보냈다. 뭔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밀히 일처리를 하려 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선관위원 전체 9명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상임위원을 포함해 세 자리다. 선관위 안팎에서는 조 위원을 임기 연장까지 해가면서 선관위에 남겨 둔 것은 이번 대선 관리도 그에게 실질적인 주도권을 맡길 의도로 보고 있다. 조 위원이 상임위원 시절이었던 작년 4·7 재보궐선거 때 선관위는 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야당의 ‘보궐선거 왜 하죠?’ ‘내로남불’ 등의 문구는 못 쓰게 해 편파 논란을 일으켰다.

선관위는 헌법 114조 1항에 명시된 대로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설치된 헌법기관이다. 선거의 공정한 심판이어야 할 기구를 선거운동 보조원으로 삼으려 한다면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선관위 또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존재 근거를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