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원유 수요가 급증한 데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다.

유가 90弗 육박…7년 만에 최고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2월물은 1.53달러(1.79%) 상승한 배럴당 86.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8일 이후 7년여 만의 최고치다. WTI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5.62% 올랐다. 이날 브렌트유는 88.44달러에 장을 마감해 90달러 선을 눈앞에 뒀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은 주요 산유국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예멘 반군이 UAE의 석유 시설에 드론 공격을 퍼부으면서 원유 생산 시설 세 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18일에는 이라크에서 터키로 가는 송유관의 폭발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 송유관은 하루평균 45만 배럴의 원유를 유럽으로 보내는 주요 수송로다. 블룸버그통신은 “터키가 다른 노선으로 우회해 원유를 수송하고 있지만 사고 송유관 복구가 늦어지면 유가 급등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계속되는 것도 원유 시장에는 지속적인 불안 요인이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높였다. IEA는 올해 하루평균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9950만 배럴)보다 많은 997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내놓은 전망치인 9950만 배럴에서 20만 배럴 늘린 것이다.

원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목표치보다 79만 배럴 적은 하루평균 9860만 배럴을 시장에 내놨다. 이 같은 공급 부족에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 3분기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