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최근 선고된 판결들인만큼 법원이 회사의 방역지침이나 자가격리 지시 위반 행동에 대한 징계 사건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엿볼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법원이 백신 패스의 효력을 잇따라 정지하고 있는 가운데, 자가격리나 백신 패스 위반 등이 사기업에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징계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될지 등에 대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택대기 명령 무시한 국립발레단원…법원 "해고는 과해"
국립발레단 소속 발레리노 A는 2020년 2월 여자친구와 일본으로 출국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국립발레단은 대구 공연을 마쳤는데 대구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이었다. 이에 발레단 측은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단원들에게 자택 대기와 SNS 사용 자제 명령을 내린 상황이었다.코로나19 초기였던만큼 A의 행위는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게다가 공항 입국심사에서 14일 이내 대구에 다녀온 적이 없다고 허위기재한 사실과 발레단에 제출한 경위서에 '예정보다 일찍 귀국했다'고 허위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립발레단은 단원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결국 발레단은 A가 발레단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보고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냈고, 중노위가 부당해고라며 이를 인용하자 발레단이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11월 "징계사유는 맞지만 해고는 가혹하다"고 판시해 A의 손을 들어줬다. 발레단 측은 "징계 조항에 따르면 '성희롱 등의 사유로 발레단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을 때' 해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징계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조항은 단순히 발레단 명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을 넘어, 성희롱 수준으로 발레단 위상에 '현저한' 악영향을 끼친 경우로 제한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시 정부도 대구지역 방문자에게 외출 자제만 요청했을 뿐 공식 자가격리를 명한 바 없으므로 A는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더욱이 A가 코로나19를 전파시키는 등 결과적 피해를 끼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발레단이 1962년 창단 이후 단원을 해고한 적이 없고 △A도 징계 받은 전력이 없으며 △A 이외에 자택대기 명령을 위반한 단원들은 정직에 그친 점도 징계가 부당하다는 근거로 들었다.
특히 법원은 "한 사람을 생업의 장에서 최종적으로 배제하는 해고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A의 잘못을 조직의 위신이나 위상과 연결시켜 일터에서 배제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며 "A에게 공직자와 같은 수준의 공적 책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며, 이미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사회적인 징계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이의 실수를 나눠 져주고 포용하는 어른의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발레단을 질책하기도 했다.
자가격리 요청하는 동료에 욕설 "감봉 1개월 적법"
반면 A의 SNS 사건 이후 3개월이 지나, 한 경찰관이 자가격리 위반, 동료에 대한 폭언으로 인해 받게 된 감봉 1개월의 징계는 적합하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인천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경찰관 B가 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경찰청의 손을 들어줬다.
B는 2020년 초 코로나19 의심자를 접촉했다. 당시 경찰은 코로나19로 비상연락체계를 갖추고 비상근무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런데 B는 상황을 윗선에 보고하려 하고 자신에게 자가격리를 요청하는 동료에게 "비번인데 왜 자꾸 귀찮게 하냐" "무슨 근거로 격리하란 거냐"며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코로나19 검사를 하라는 상급자의 명령에도 "나한테 따지는 거냐" "카톡으로 지시하는게 맞냐"며 명령을 거부했다. 되레 며칠 후 다른 직원에게 전화해 "갑질을 당했다"며 상급자를 "나이 어린 X"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결국 B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게 됐지만, 여기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등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던 상황"이라며 "공무원으로서 비상연락체계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오히려 이를 알리려는 직원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동료나 일반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언행"이라고 판시해 징계가 적법하다고 봤다.
한편 앞서 사례들은 사기업이 아닌 공공 분야 종사자에 대한 징계 사건인만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을 수 있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질 당시엔 자가격리가 '법적 의무'에 해당하지 않았기에 현재 상황에 딱 맞아들어가지는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직장의 자가격리 의무자들이 징계 대상이 되는지, 된다면 어느 수준까지 징계가 논의될 수 있는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최근 나온 판결들인 만큼 법원의 태도를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종합해보면 법원은 징계 대상자가 코로나19를 전파했는지 여부, 상급자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는지, 회사의 위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사회적 여파가 어느정도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요건인 △회사가 정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징계 절차를 거쳤는지 △징계의 양형이 적정한지는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한다. 다만 법원은 가급적 해고까지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