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지난 11일 아파트 구조물 붕괴 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을 비롯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시내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공사 인허가권을 쥔 광주시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은 사고 발생 4개월 전부터 있었던 총 세 차례의 화정아이파크 공사 안전점검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2일 화정동 사고 현장에서 서구청 관계자, 소방관, 경찰, 전문가 등이 참석한 긴급 현장 대책 회의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한 5건(4개 구역)의 아파트 시공에 대해 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상은 계림동(1750가구), 화정동 1블록(316가구), 화정동 2블록(389가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 3단지 재건축 사업 현장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 대해 ‘품질점검’을 시행했다.

관할 구청인 광주 서구청도 지난해 9월과 11월 이번 공사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다. 당시 두 지자체는 점검을 하고도 해당 현장의 위험성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점검을 한 광주시 관계자는 “아파트 내부와 외부에 대해 전반적인 점검을 했으나 붕괴 위험 여부는 감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구청 관계자도 “9월, 11월 두 차례 안전점검에서 붕괴나 부실 시공과 관련한 위험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민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서구에 따르면 공사가 시작된 뒤 2년6개월 동안 해당 공사와 관련해 32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서구는 현장점검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13건의 행정처분과 14건의 과태료(약 2200만원) 처분을 내렸다. 점검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작업시간을 준수하지 않거나 생활 소음규제 기준 등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12일 검찰·경찰·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이날 붕괴 사고로 부상자가 발생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현장소장 A씨(49)를 입건했다.

양길성/광주=임동률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