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상장지수펀드(ETF)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개별 주식보다는 ETF에 돈을 묻어두는 장기 투자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에만 국내 상장 ETF 상품을 10조원어치가량 쓸어 담았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따라서 ETF 투자에 성공하려면 그 모태가 되는 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TF 수익률이 지수 수익률이나 마찬가지여서다.

하지만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수시장은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지수사업자의 독과점 양상으로 흐르면서 창의적인 플레이어(시장 참여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면서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해 초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국내 언론사 첫 단독 지수 사업자가 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세웠다. 다음달 관련 ETF가 상장하는 ‘KEDI 혁신기업ESG30’은 첫 결실이다. 한경의 지수 브랜드인 ‘KEDI(Korea Economic Daily Index)’ 이름을 단 첫 투자상품이다. 이를 시작으로 장기 투자자와 연금 투자자를 위한 각종 혁신 지수상품을 꾸준하게 내놓을 계획이다.
한경 분석·CEO 통찰력 담은 KEDI…'혁신기업 30곳' 한 곳에

혁신 기업과 ESG 테마에 동시 투자

다음달 8일 상장 예정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EDI 혁신기업ESG30 ETF’는 혁신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뽑은 고속 성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기존 ETF와 차별화된다. 단순한 계량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언론사의 노하우를 접목한 결과다.

한경은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와 함께 매년 혁신산업을 대표하는 CEO 100명과 증권·자산운용사 CEO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대한민국 혁신기업30’을 선정한다. CEO들에게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50곳을 가려낸다. 그런 다음 연세대 경영대학원, IBS컨설팅과 함께 개발한 ESG 평가모델을 활용해 혁신기업 30개사를 선정한다. 아무리 혁신 점수가 높더라도 ESG 점수가 낮으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KEDI 혁신기업ESG30’ 지수는 매년 구성종목 리밸런싱(조정)을 한다. 9월 구성 종목을 선정하고, 이듬해 3월 시장 상황을 반영해 미세 조정을 거친다. 경영 일선에 있는 CEO들이 뽑은 혁신적인 기업만 지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시장의 평가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다른 ESG ETF와 달리 혁신기업 중에서 ESG 경영을 잘하는 곳을 고르기 때문에 미래 성장성과 ESG 테마에 모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며 “현업에 있는 CEO들이 설문에 참여하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KEDI 혁신기업ESG30 구성 종목은 크게 △정보기술(IT) △플랫폼 △미래기술 △바이오 4개 혁신 분야로 나뉜다.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인터넷·모바일, 미래 이동수단, 친환경, 우주, 가상세계, 게임, 로봇, 빅데이터, 핀테크, 미디어 기업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구성 종목은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차, SK바이오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고켐바이오, 리노공업, LG이노텍, 효성첨단소재, 더존비즈온, 솔브레인 등이다. 이들 30개 종목을 균등하게 나눠 지수를 산출한다. 이 지수는 2020년 76.94%, 지난해 9.54% 올랐다. 지수 움직임은 한경닷컴 홈페이지 데이터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색 있는 지수 계속 개발

2016년 말 256개였던 국내 상장 ETF 숫자는 작년 말 533개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순자산총액(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25조원에서 74조원으로 약 세 배로 불어났다. 하루 평균 ETF 거래대금 규모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자산운용사에 지수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한정적이다. 국내 주식 부문 지수 사업자는 한국거래소, 에프앤가이드, NH투자증권 등이 전부다. 이 중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시장점유율이 약 60%에 이르고, 나머지는 해외 지수 사업자 몫이다.

한경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지수 산출기관으로 공식 인정되면서 주식 부문에선 네 번째 사업자가 됐다. 지수 사업자 중 유일한 언론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은 팽창하는데 지수 사업자가 많지 않다 보니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창의적이면서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수가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태훈/조진형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