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산의 석유화학단지. /사진=한경DB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단지. /사진=한경DB
국제유가 상승세에 정유기업과 석유화학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화학 기업에 비용 상승의 악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경기가 활성화로 소재 수요가 늘어나는 시그널로 해석되면 호재로 작용한다.

LG화학을 제외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들어 철강과 조선 등 다른 경기민감업종의 기업들 주가가 강세를 보일 때 소외됐다가, 간밤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세를 계기로 뒤늦게 주가가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가파르게 하락한 LG화학은 지난 4일부터 잇따라 3~4%대 강세를 보이면서 70만원대를 회복했다.

7일 오후 2시32분 현재 LG화학은 전일 대비 2만8000원(4.06%) 오른 71만8000원에, 롯데케미칼은 1만4500원(6.68%) 뛴 23만1500원에, 한화솔루션은 2150원(6.28%) 상승한 3만6400원에, 대한유화는 1만1500원(6.34%) 오른 19만3000원에, 금호석유는 9000원(5.56%) 높은 17만10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따라 경기가 활성화되면 소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화학기업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20분 잠정집계 기준 외국인은 LG화학을 1458억9000만원 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은 외국인 순매수 규모 2위다. 롯데케미칼(70억3800만원), 금호석유(42억3900만원), 한화솔루션(35억1100만원), 대한유화(20억5500만원)도 순매수 중이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적으로는 1800억원 어치 넘는 주식을 팔고 있는 기관도 순수 석유화학기업인 롯데케미칼을 29억9000만원 어치 사들이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100억5200만원 어치를 팔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들어서만 12.20%가 올랐다. 거래 첫 날인 지난 3일에는 0.49% 오르는 데 그쳤지만 4일에는 4.21%, 5일 3.11%, 6일 3.92%가 각각 올랐다.

우선 작년 11월부터 가파르게 하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LG화학은 작년 11~12월 두 달 동안 26.44%가 하락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관련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인 데 더해,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날은 석유화학 기업으로서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거래일동안 다른 경기민감업종의 주가가 오르는 동안 소외됐던 석유화학기업들이 간밤 국제유가 상승을 계기로 함께 오르고 있어서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1.61달러(2.07%) 오른 배럴당 79.46달러에 마감됐다. 작년 10월26일 배럴당 84.65달러까지 올랐던 WTI는 지난달 초 65.56달러까지 빠졌다가, 최근 다시 80달러선을 넘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의 훈풍은 철강과 조선 등 석유화학을 제외한 경기민감업종에 먼저 전해졌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긴축 드라이브를 강화하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수급이 실적이 나오는 경기민감업종의 대형주로 몰리면서다.

올해 들어 전일까지 포스코(POSCO)는 10.93%가, 현대중공업은 16.60%가 각각 상승했다. 포스코는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발표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새해 들어서도 잇따른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각각 올랐다.

반면 석유화학 섹터는 연초 업황을 어둡게 보는 전망이 나온 탓에, 이 섹터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가가 억눌렸다.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공급까지 증가하는 추세라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전일 종가 21만7000원은 작년 종가와 같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3.51%가, 대한유화는 0.82%가 각각 내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반도체 칩 문제 등으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는 전방 수요업체가 연중 구매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증설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4분기에는 한국의 현대케미칼(85만t), 중국 ZPC(140만t), 미국 액손(180만t) 등이 생산능력을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셀(180만t), 인도 HPCL(80만t), 중국 페트로차이나자이양(120만t) 등의 증설이 예정돼 있다.

반면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의 시황 악화는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한 영향이며, 조만간 시황이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 완화적 정책과 오는 2~3월 동계올림픽 기간 오염물질 배출 업종인 화학설비 가동 규제 등을 감안할 때 춘절을 전후해 시황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