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중국 1위 코발트 정련업체인 화유코발트와 함께 경북 구미에 연 6만t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중국 업체와 합작해 국내에 건설하는 첫 양극재 공장이다. 양사는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JV)을 국내에 신설하고, 202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배터리 소재 핵심 광물인 코발트, 리튬 값이 급등하자 국내 업체들이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해 중국 업체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유코발트와 세 번째 합작 공장

[단독] LG화학, 화유코발트와 국내최대 양극재 공장
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양극재 자회사인 LG BCM은 화유코발트와 양극재 공장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오는 10일께 구미에서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이번에 설립하는 국내 합작법인은 2018년 두 회사가 중국에 설립한 후안진뉴에너지머티리얼과는 별도의 법인이다. 합작법인 이름과 양사 간 지분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화유코발트는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 업체다. 최근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리튬 광산 회사를 인수하며 다양한 핵심 광물을 취급하고 있다.

구미 양극재 공장은 LG화학과 화유코발트가 함께 짓는 세 번째 공장이다. 생산 규모는 연 6만t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6만㎡ 부지의 구미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연 8만t에서 2026년 26만t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다. LG화학은 LG BCM을 통해 2025년까지 4754억원을 투자하고 일자리도 1000여 개 창출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국 화유코발트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미 양극재 공장은 지난달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LG BCM은 LG화학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인수한 뒤 정부 및 구미시와 투자 및 상생협약 등을 연달아 체결했다.

“中 광물업체와 협력 늘어날 것”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2차전지 소재 및 배터리 업체들은 원재료 확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핵심 광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핵심 광물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중국 최대 리튬 광산 업체인 간펑리튬은 지난해 9월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 업체를, 중국 국유 광산업체 쯔진광업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리튬업체를 인수했다. 원재료뿐만이 아니다. 광물을 가공하는 광물 화합물 시장도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원재료 중국 의존도는 90%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핵심 5대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의 공급망은 사실상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LG화학이 2018년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도 배터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두 회사는 2019년 중국 저장성에 전구체 공장, 2020년 우시에 양극재 공장을 각각 완공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발트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그동안 LG화학이 화유코발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점이 국내 합작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G화학뿐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들도 중국 업체와의 합작법인 설립 및 직접 자원조달 등을 통한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스폿(단발성) 계약보다는 장기계약을 맺거나 합작법인 설립 등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