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한국은 1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경제는 빈곤에서 희망을 봤다. 1976년 국산 승용차를 처음으로 수출했다. 이듬해 수출은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경제는 도약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수출은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팬데믹 위기가 지속됐다. 얼어붙은 세계 경제 속에서 우리 수출은 또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 수출은 6445억달러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월간 수출액도 11월에 사상 최초로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7000억달러 시대를 향한 첫걸음으로 평가받는다. 무역 규모 또한 역대 최단기 1조달러를 달성했다.

무역의 힘은 강했다. 우리 경제가 개방과 포용으로 지금까지 성장을 일궈왔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8위 무역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설립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기업인들의 땀과 눈물의 결과다.

올해 교역 환경은 녹록지 않을 듯하다. 세계 경제는 일상 회복의 갈림길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발목을 잡혔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단계별 수요 변화로 전 세계는 공급망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올해도 수출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희망은 보인다. 지난해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했듯 새해에도 회복과 도약의 기조를 이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 중소기업들이 새해 의지를 피력하는 사자성어로 ‘중력이산(衆力移山)’을 꼽았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자. 세계 주요국은 민·관이 의기투합해 미래 기술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모빌리티, 바이오 등 신기술에서 수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우수한 인적 자원과 산업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다.

친환경·고부가 품목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 친환경은 전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친환경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차량용 반도체, 경량 소재 등 부가가치 높은 품목까지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친환경 이슈로 재편되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디지털 마케팅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나라별, 인종별 기호와 성향에 맞게 서비스와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 기업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시장 외연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발 빠른 디지털 무역 전환으로 중단 없이 수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밝았다. 옛사람들은 ‘범이 왔다’라고 외치면 지독한 감기조차 달아난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힘들게 한 코로나19도 기적같이 사라지길 소망한다. 대한민국 무역도 호랑이 날개 단 듯 더 크게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