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가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1~2월 새로운 필진을 모십니다. 두 달 동안 독자 여러분께 새 에세이를 전해드릴 필진은 정갑영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유정열 KOTRA 사장, 김용래 특허청장입니다. 각 분야 명사들이 전달해주는 지혜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넘고 있는 독자들께 희망과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두 달간 함께해주신 11~12월 필진 다섯 분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정갑영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월)
△1951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 펜실베이니아대 석사 △미 코넬대 경제학 박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연세대 교무처장 △연세대 원주캠퍼스 부총장 △연세대 총장 △감사원 혁신위원장 △FROM100 대표 △글로벌 이코노믹리뷰 에디터 △한국생산성본부 상임고문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주요 수상: 다산경제학상(2011), 청조근정훈장(2016) △주요 저서: 《열보다 더 큰 아홉》 《한국의 산업조직》 등
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화)
△1971년생 △서울 여의도고 졸업 △서울대 의학과 졸업 △서울대 의학과 신경과학 석사 △서울대 의학과 뇌신경과학 박사 △서울대병원 신경과 임상교수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원장 △뇌혈관대사이상질환학회 회장 △CMA리서치 대표 △미국심장학회·미국뇌졸중학회 석학 회원 △주요 수상: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201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2013), 유한의학상 대상(2013), 서울대병원 심호섭의학상(2011), 대한신경과학회 향설학술상(2010)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수)
△1961년생 △부산 해동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통계청장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제21대 국회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 센터장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서울정책연구원 원장 △주요 수상: 국민의힘 국정감사 우수 의원(2020, 2021), 제4회 한국유권자중앙회 의정대상(2021), 제10회 한국납세자연합회 납세자권익상(2021) △주요 저서: 《노동의 미래》(2020)
해가 바뀌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흘러가는 세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카이로스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아무런 실질적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긴 호흡으로 미래를 새롭게 그려보는 계기도 갖게 된다. 특히 오늘 같은 새해 첫 출근길에는 새로운 소망이 화제가 되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 웅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청년들은 ‘헬조선’을 극복할 꿈을 그려보고, 나라와 기업도 미래를 향한 전략을 가다듬게 된다.이런 의미에서 오늘은 감명 깊었던 글로벌 리더의 비전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예일 아프리카 이니셔티브(Yale Africa Initiative· YAI)’가 바로 그것이다.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이 아프리카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고교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지역 대학과의 교류와 여성 지도자의 역량 증진을 위한 파트너십 등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차세대 지도자 육성을 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예일이 낙후된 소외 지역인 아프리카에 리더십과 포용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취임 당일의 만찬 행사까지도 아프리카 밤으로 성대하게 치르며 예일의 아프리카 비전을 세계에 여실히 보여줬다.어느 대학이 감히 미래의 보고인 아프리카와의 교류 확대를 역점 사업으로 들고나올 수 있을까. 한국 대학의 총장이 이런 전략을 제시했다면 어떤 시선을 받았을까. 당시 현직 총장으로 취임식에 참석한 필자에게는 YAI가 무척 놀랍고 신선하며, 큰 감동으로 이어졌다. 세계 명문이 척박한 아프리카에 고등교육을 통해 자선을 베풀고,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는 지도자를 육성하겠다는 다짐이다. 샐러비 총장은 세계의 지성 사회에 아프리카라는 새로운 프런티어를 제시해 개척과 자선의 문화를 일깨우고, 청년들에게는 도전과 봉사의 정신을 자극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품격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몇십 년을 앞서가는 미래의 통찰력이 없이는 상상하기 힘든 비전이다.당시 취임식은 행사 자체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20년 만에 총장이 바뀌어 행사를 진행할 담당자조차 찾기 어려웠다는 사실부터, 320여 개 대학에서 초청된 총장들이 학교의 창립연도 순서대로 대학 고유의 가운을 걸치고 행진하는 장면도 장관이었다. 예일대의 상징인 개를 키우는 시민들을 총장공관에 개와 함께 초청하는 행사도 미국 문화의 운치를 맛보게 했다.역사는 때로 갈 지(之)자처럼 헤매거나 후퇴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꿈과 비전을 가진 개척자의 소망대로 이뤄진다. 130여 년 전 양귀(洋鬼)라고 비난받으며 한국에 최초로 대학을 세운 선교사들도 처음 시작은 YAI와 같은 비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새해 모두 더 멀리, 더 넓게 세상을 포용하는 비전을 가꿔보자.
하루만 지나면 2022년이 열린다. 오늘과 내일의 차이는 별로 없다. 그냥 하루가 지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항상 이날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의미가 무엇일까? ‘매듭’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매듭은 끈, 실 같은 것을 묶어 맺은 자리를 말한다. 매듭을 잘 지으면 그 끈은 더욱 강해진다. 끈이나 실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강하고 긴 줄을 만들 수 없다. 우리의 인생은 매우 길다. 중간중간 매듭을 지어줘야만 앞으로 잘 나갈 수 있는 것이다.시간이란 단위는 인간의 발명품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의 하나다. 지구의 태양 공전주기를 1년의 기준으로 삼아 월, 일, 시간으로 나눠 매듭짓는 것이다. 사람마다 보는 기준이 다르면 어떠한 합의도 달성할 수 없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만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이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다. 사회규범이 생기는 이유고, 법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일 이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면 그 사회는 유지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돼 입법활동을 하면서 언제나 염두에 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기준은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올해 내가 그렇게 했는지 돌아본다.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지난해를 매듭짓기 위해 돌아보는 것은 연초에 목표한 것을 달성했는지, 달성하지 못했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평가하고 그 바탕에서 내년의 할 일을 찾기 위함이다. 처음 세웠던 목표에서 경로를 어느 정도 이탈했는지 정확히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처음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잘못한 것을 자책만 할 수도, 잘한 것을 자랑만 할 수도 없다.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항상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국민대중이 원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직업인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은 국민들보다 반걸음 앞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걸음 앞서가면 낭떠러지에 빠지고, 같이 가면 정치인의 자질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평가 기준에서 정치인으로서 나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 생각해본다. 한 해를 매듭짓는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인 것이다. 매듭을 짓는 일을 게을리하면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 수 없고, 전혀 엉뚱한 길에서 헤맬 수도 있다. 미래의 길을 찾는 출발점이고 더욱 발전하고 강해지는 방법이 매듭을 잘 짓는 것이다.새해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지난 시간을 매듭짓고 어떤 미래를 열 것인지 선택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달성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2021이라는 숫자가 아직도 낯선데 벌써 2022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됐다. 요즘처럼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될 즈음이면 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는 책들이 있다. 미래 전망서들이다. 하루 차이로 세상이 변할 리야 없지만, 잠시 시간을 내서 거시적인 변화의 트렌드를 들여다보는 게 나쁘지 않아 한두 권씩은 사 보게 된다.지난 2년을 돌아보면 요즘만큼 미래 전망이 절실히 필요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세계를 할퀴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거듭 변이를 일으키며 그 종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 달 앞 상황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만일 나에게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한 가지를 묻는다면 도대체 이 팬데믹 상황이 언제쯤 끝날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이런 불확실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이다. 장보기에서 학교, 직장, 공연 관람까지 일상의 활동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일상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 모든 혁신의 기반에는 디지털 기술이 있다. 삶의 모든 영역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로 전환 중이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일시적이거나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일은 없길 바라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또다시 올 수도 있는 미래의 팬데믹에 일상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디지털 전환은 필수이기 때문이다.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연설에서 몇 년 안에 디지털 전환을 더 가속화하며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로 네 가지 슈퍼파워를 전망했다. 그 기술들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비롯해 5세대(5G) 통신망과 같은 포괄적 연결, 인공지능, 지능화된 에지로, 그 각각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이 있다.이 기술들을 활용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고성능과 높은 대역폭, 실시간에 가까운 지연 속도를 바탕으로 인간과 시스템을 연결하며, 클라우드의 무한한 확장성과 용량은 에지를 통해 도달 범위의 한계 또한 확장할 수 있다. 데이터가 발생한 곳과 가깝게 위치한 지능화된 에지는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혁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컴퓨팅 성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기술들이 서로 결합된다면 더 큰 파괴력을 지닌 진정한 슈퍼파워가 돼 변화를 가속화하고 스펙트럼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큰 소망은 새해에는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분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이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소소한 일상의 화제부터 진지한 반도체의 미래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속히 도래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각자 나만의 슈퍼파워를 발견하는 연말연시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