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보통명사 아닌 상표"…제약사 승소 이끈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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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vs 로펌
국내 화장품 브랜드 보노톡스
"보톡스 명칭 누구나 사용 가능"
김앤장 "보노톡스, 보톡스 모방"
사전·특허문헌 등 자료 수집해
'상표 고유성' 재판부에 입증
국내 화장품 브랜드 보노톡스
"보톡스 명칭 누구나 사용 가능"
김앤장 "보노톡스, 보톡스 모방"
사전·특허문헌 등 자료 수집해
'상표 고유성' 재판부에 입증
‘햇반’과 ‘초코파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둘 다 식품 브랜드라는 사실은 공통점이다. 차이점은 햇반이 아직 특정 업체의 고유상표 성격이 강하고, 초코파이는 처음엔 특정 회사의 제품명이었지만 지금은 보통명사화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제과회사에서 초코파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엘러간과 국내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브랜드 ‘보노톡스(BONOTOX)’ 간에 벌어진 소송도 ‘보톡스(BOTOX)’가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저명 상표인지, 아니면 보통 명칭인지를 두고 다퉜다. 엘러간을 대리해 보톡스 상표 수성에 나선 김앤장은 “보노톡스가 보톡스 상표와 유사하므로 상표 등록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노톡스 측은 “보톡스는 주름 치료 제품의 보통명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고, 결국 대법원에서 보톡스 측의 최종 승소를 확정했다.
이후 엘러간 측에서 2019년 특허심판원에 화장품 상표로 등록한 보노톡스에 대한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면서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엘러간 측의 대리를 맡은 김앤장은 “보노톡스가 보톡스 상표와 유사하고, 두 상표가 지칭하는 상품이 화장품과 의약품으로 서로 밀접한 경제적 연관성도 있다”며 “보노톡스 상표가 일반 수요자에게 보톡스를 쉽게 연상시켜 출처의 오인, 혼동을 줄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앤장은 “보노톡스가 보톡스의 모방 출원”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노톡스 측은 “보톡스가 주름 치료용 주사제와 관련해 널리 사용되고 있어 식별력 없는 상표”라는 논리로 반박에 나섰다. 이 회사는 “보톡스가 주름 치료 제품의 보통 명칭, 혹은 관용 명칭에 불과하다”며 “식별력을 상실한 이상 엘러간은 보톡스에 대해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노톡스 측은 다양한 근거도 제시했다. 보톡스를 보통명사로 사용한 언론기사와 소비자 및 병원 등의 블로그 글을 수집했다. “특허 문헌과 전문가가 작성한 책자에서도 보톡스가 일반 명칭처럼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노톡스 측은 “보툴리눔 톡신과 주름 치료용 주사제 등은 너무 길고 어려워 보톡스를 대체할 적당한 명칭이 없다”고 덧붙였다.
보톡스 용어의 연원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는 기사와 ‘보톡스는 상표’라고 정의한 사전, 특허 문헌들을 찾았다. “메디톡신, 보툴렉스, 나보타, 레티보 등 동종 업체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보톡스 연관 상표들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했다. “전문가가 작성한 책자에서 보톡스가 일반 명칭처럼 쓰이고 있다”는 보노톡스의 주장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고 잘 알려져 있다는 의미”라고 재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엘러간이 보톡스 상표 보호를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며 “유사 상표 출원에 대해 이의신청, 소송 제기, 병원 및 웹사이트들에 대한 경고장 발송 내역 등을 재판부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보톡스가 전문의약품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상표 자유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보툴리눔 제제는 제품마다 독소 함유량이 다르고 오남용 시 소비자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동종 업체들이 누구나 보톡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 사용 과정에서 제품 간 혼동으로 국민 안전에 위협을 주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앤장 측의 주장을 인정한 특허심판원은 2020년 7월 엘러간의 손을 들어줬다. 보노톡스는 항소했으나 2심 격인 특허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보노톡스의 상고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엘러간의 손을 들어줬다. 박 변호사는 “코스메슈티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만큼 상표권 방어 필요성이 커졌다”며 “이번 판결로 보톡스 상표의 저명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됐고, 보통 명칭화 이슈를 잠재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글로벌 제약사 엘러간과 국내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브랜드 ‘보노톡스(BONOTOX)’ 간에 벌어진 소송도 ‘보톡스(BOTOX)’가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저명 상표인지, 아니면 보통 명칭인지를 두고 다퉜다. 엘러간을 대리해 보톡스 상표 수성에 나선 김앤장은 “보노톡스가 보톡스 상표와 유사하므로 상표 등록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노톡스 측은 “보톡스는 주름 치료 제품의 보통명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고, 결국 대법원에서 보톡스 측의 최종 승소를 확정했다.
보톡스 vs 보노톡스
보톡스는 미국 제약사 엘러간이 개발한 의약품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주성분으로 한다. 심한 눈꺼풀 경련 등의 치료 목적으로 처음 사용됐지만, 이후 피부 잔주름을 없애주는 효과가 입증돼 피부 미용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엘러간은 BOTOX와 보톡스 상표를 각각 1992년, 1997년 등록했다.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보노톡스는 2015년 설립 후 2017년 상표를 등록했다.이후 엘러간 측에서 2019년 특허심판원에 화장품 상표로 등록한 보노톡스에 대한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면서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엘러간 측의 대리를 맡은 김앤장은 “보노톡스가 보톡스 상표와 유사하고, 두 상표가 지칭하는 상품이 화장품과 의약품으로 서로 밀접한 경제적 연관성도 있다”며 “보노톡스 상표가 일반 수요자에게 보톡스를 쉽게 연상시켜 출처의 오인, 혼동을 줄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앤장은 “보노톡스가 보톡스의 모방 출원”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노톡스 측은 “보톡스가 주름 치료용 주사제와 관련해 널리 사용되고 있어 식별력 없는 상표”라는 논리로 반박에 나섰다. 이 회사는 “보톡스가 주름 치료 제품의 보통 명칭, 혹은 관용 명칭에 불과하다”며 “식별력을 상실한 이상 엘러간은 보톡스에 대해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노톡스 측은 다양한 근거도 제시했다. 보톡스를 보통명사로 사용한 언론기사와 소비자 및 병원 등의 블로그 글을 수집했다. “특허 문헌과 전문가가 작성한 책자에서도 보톡스가 일반 명칭처럼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노톡스 측은 “보툴리눔 톡신과 주름 치료용 주사제 등은 너무 길고 어려워 보톡스를 대체할 적당한 명칭이 없다”고 덧붙였다.
“보톡스 보통 명칭화 이슈 잠재워”
김앤장은 박민정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와 지민경 변리사(39기), 이수빈 변리사(55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보노톡스 측의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보톡스 용어의 연원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는 기사와 ‘보톡스는 상표’라고 정의한 사전, 특허 문헌들을 찾았다. “메디톡신, 보툴렉스, 나보타, 레티보 등 동종 업체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보톡스 연관 상표들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했다. “전문가가 작성한 책자에서 보톡스가 일반 명칭처럼 쓰이고 있다”는 보노톡스의 주장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고 잘 알려져 있다는 의미”라고 재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엘러간이 보톡스 상표 보호를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며 “유사 상표 출원에 대해 이의신청, 소송 제기, 병원 및 웹사이트들에 대한 경고장 발송 내역 등을 재판부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보톡스가 전문의약품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상표 자유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보툴리눔 제제는 제품마다 독소 함유량이 다르고 오남용 시 소비자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동종 업체들이 누구나 보톡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 사용 과정에서 제품 간 혼동으로 국민 안전에 위협을 주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앤장 측의 주장을 인정한 특허심판원은 2020년 7월 엘러간의 손을 들어줬다. 보노톡스는 항소했으나 2심 격인 특허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보노톡스의 상고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엘러간의 손을 들어줬다. 박 변호사는 “코스메슈티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만큼 상표권 방어 필요성이 커졌다”며 “이번 판결로 보톡스 상표의 저명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됐고, 보통 명칭화 이슈를 잠재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