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열릴 美중간선거·中당대회, 대중·대미 정책에 영향
충돌 막으며 협력공간 찾는 틀 만들지 관심…한반도 정세에도 변수
'정치의 계절' 앞둔 새해 미중관계, 충돌·안정화 갈림길
첨예한 전략경쟁 구도가 고착화한 미중관계는 새해 양국의 중요한 정치 일정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시진핑 체제의 1년차였던 작년 상호 탐색기를 가진 양국의 관계가 올해 악화일로를 걸을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하에서의 안정화 국면으로 들어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의 정치 일정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11월초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뽑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고, 중국도 하반기 중 제20차 공산당 당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우선 미국 중간선거는 낮은 지지율로 고전중인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4년 임기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걸린 중요한 선거다.

중국의 경우 선거로 최고지도자를 뽑는 시스템이 아니지만 당 대회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총 집권기간 15년 또는 그 이상의 초장기 집권 가도에 접어들지 여부가 결정되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반기'로 예고된 당 대회 시기는 전례에 비춰보면 10월 또는 11월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중국 헌법 개정으로 5년 임기의 국가주석직 3연임 불가 규정이 폐지된 상황에서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당 총서기직 유임이 결정되면 그것은 국가주석직 3연임으로 연결된다.

결국 관심은 이들 정치일정이 양국 최대의 대외관계 현안인 미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쏠린다.

미국의 경우 최근 기류로 미뤄 선거를 앞두고 대 중국 압박 공세를 지속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은 작년 12월 한달 동안에만 베이징동계올림픽(2월4일 개막) 외교 보이콧(정부 당국자를 파견하지 않는 것) 선언, 중국 서부의 신장위구르족자치구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 입법,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담당자 제재 등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영상)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이런 조치들을 보면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때리기'는 미국 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이 사실이라면 바이든 행정부는 정권의 명운과 연결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을 유지 또는 강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보 영역에서도 작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출범에서 보여준대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 포위망을 더욱 촘촘히 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싱에 비유하자면 미국은 선거를 앞두고 대 중국 '인파이팅' 모드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은 당 대회를 앞두고 '아웃복싱' 스타일로 대응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점쳐지고 있다.

당 대회에서 이견없이 무난하게 시 주석의 당 총서기직 연임이 결정되게 하려면 경제의 안정과 더불어, 대외관계의 핵심인 미중관계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 단계 중국 지도부의 인식인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 최근 미국의 올림픽 외교 보이콧 결정, 신장 제재 등에 반발하면서도 '고강도 반격'이라고 할 만한 조치들을 내 놓는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런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0일 향후 외교 정책을 밝히는 강연에서 미중관계의 '온건한 발전'을 2022년도 중요 외교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이 그동안 이른바 '핵심이익'의 폭을 넓혀가며 대외 강경 기조를 견지한 것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의 관계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최소한 내년 당 대회때까지는 미중관계의 추가 악화나 충돌은 피하길 원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반미 전략 연대를 강화해가며 미국의 공세에 대응은 하되, 중국이 나서서 먼저 갈등을 키우는 일은 가급적 피하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결국 새해 미중 공방이 상호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면 2022년 미국과 중국은 갈등과 경쟁 속에서도 기후변화와 같은 다자 현안에서 부분적 협력 공간을 찾아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미중이 작년 한해 치열하게 맞서면서 상대의 행동 패턴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 전제하에 바이든-시진핑 체제의 2년차인 올해 양국이 파열음은 종종 내더라도 충돌 위기는 피하는 전형적인 강대국 외교의 틀을 갖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양해온 중국 대중의 애국주의는 때로 중국 당국도 100%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내부 여론이 중국이 대미 외교에 설정한 마지노선을 뒤로 물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압박 수위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도 고강도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정치의 계절' 앞둔 새해 미중관계, 충돌·안정화 갈림길
특히 작년 한해 미중관계에서 파열음이 가장 크게 났던 대만 문제에서 충돌을 피할 수 있을지가 새해 동아시아 정세에 중요한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2021년 한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가 94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중국은 작년 대만에 고강도 압박을 가했는데, 이런 흐름이 2022년에도 이어질지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그리고 새해 미중관계는 5월 한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또 한차례 전기를 맞이할 전망인 북핵 등 한반도 문제의 향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국이 갈등속에서도 협력의 창을 열어둔다면 국제적 안보 이슈인 북핵 외교에 동력을 불어 넣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정치의 계절' 앞둔 새해 미중관계, 충돌·안정화 갈림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