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한국 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이날 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씨 등 18명이 낸 “일본제철이 보유한 한국 자산을 매각해달라”는 신청에 대해 특별현금화명령(매각명령)을 내렸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판결한 지 약 3년 만이다.

매각 대상인 일본제철 자산은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사인 ‘포스코-닛폰스틸 제철부산물재활용 합작법인(PNR)’ 주식 총 19만4749주(액면가 9억7397만원)다. 대법원 판결에도 일본제철은 한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씨 등은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고 매각해달라는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2019년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PNR 주식을 압류했다. 일본제철 측은 그 이후에도 주식 감정이나 심문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렸지만 일본제철이 PNR 주식을 매각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명령문을 보낸 뒤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하면 매각명령의 효력이 정지돼서다. 대구지법에서 일본제철의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본제철은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이 매각명령을 최종적으로 인용해야 PNR 주식을 강제로 매각할 수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