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료·공공서비스 인력난 위기에 "격리기간 더 줄여야" 요구
"방역이냐, 일상이냐"…美 확진자 격리 단축에 찬반 논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줄이기로 하면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NBC방송이 29일 보도했다.

로런스 고스틴 세계보건기구(WHO) 국가·글로벌 보건법 협력센터장은 이 방송에 "CDC의 지침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인 변화는 없는 것 같다"며 "과학적이라기보다 사회적인 영향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전(前) 미 의무총감인 제롬 애덤스도 트위터를 통해 "이 지침이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의 가족, 동료를 지키기에도 충분한지 언론이 직접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저녁 자리에서 5일 전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이 천 마스크 한 장 쓰고 콜록거리고 있다면? 백악관이나 CDC 실험실·휴게실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어떻게 하겠느냐)"이라고 반문했다.

CDC 지침에 따르면 무증상자는 신속 항원 검사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하지 않아도 격리 6일째에 증상이 없다면 마스크를 쓰는 조건으로 공공장소에 방문할 수 있다.

NBC는 상당수 전문가가 신속 항원 검사로라도 코로나19 음성을 확인한 이후 격리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확진자가 스스로 코로나19의 위험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CDC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한 지침이라며 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월렌스키 CDC 국장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확진 5일 후면 전파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마스크까지 쓰면 위험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건 잘 알려진 내용"이라며 "신속 항원 검사가 전파력을 판단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파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최장 12주간 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우리도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가 상대하는 바이러스도 재빠르게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역이냐, 일상이냐"…美 확진자 격리 단축에 찬반 논란
영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미국에서는 너무 짧아진 격리 기간에 비판이 일고 있다면, 영국에서는 격리 기간을 더 줄이라는 전문가·의료진·이익단체 등의 목소리가 크다고 더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21일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인 사람이 두 차례 간이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오면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의 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속속 격리되면서 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이런 결정의 배경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에선 격리대상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쓰레기 수거, 철도 운영 등 각종 공공분야 서비스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서비스 업종 기업들도 "경제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CDC의 결정을 원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 의대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사실상 감기 수준이 됐다.

확진자도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옥스퍼드 의대 존 벨 교수도 "신속 진단키트로 음성을 확인하기만 한다면 격리 기간을 5일로 줄이는 방안에 동의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더타임스에 "미국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영국에선 그 결정을 따를 계획이 없다"라며 "10일이던 격리 기간이 7일로 줄어든 지 이제 한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보도한 더타임스 인터넷판에서 진행된 실시간 간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천400여명의 68%가 격리 기간을 5일로 단축하는 데 동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