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도서관 "미국에 한국의 열악한 인권현실 알린 사료"
'김근태 고문 피해 폭로' 아내 인재근 영문 성명서 공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10주기인 28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1985년 김 전 의장의 고문 피해를 폭로했던 아내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영문 성명서를 공개했다.

도서관이 공개한 서류 상단 우측에는 '1985년 9월 27일, 김근태의 아내 인재근이 한국에서 보내는 서류'라고 적혀 있다.

제목은 '우리 남편이 경찰 수뇌부에서 당한 고문의 고통'이다.

도서관은 "인 의원은 김 전 의장에게 들은 고문 사실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에서 최초로 폭로했다"며 "공개한 자료는 인 의원의 폭로에 근거해 영문으로 작성돼 미국 사회에 유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활동과 관련해 1985년 8월 24일 체포돼 10일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구류 마지막 날인 9월 4일 새벽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로 끌려가 그달 20일까지 고문을 당했다.

가족, 친지와 연락도 두절됐다.

인 의원은 김 전 의장이 검찰로 이송될 것으로 예측하고 검찰청사에서 기다리다가 9월 26일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김 전 의장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약 1분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이때 김 전 의장은 인 의원에게 고문 사실을 알렸다.

김 전 의장은 훗날 '이 만남은 정말로 기적 같은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인 의원의 폭로로 김 전 의장의 고문이 세상에 알려졌고, 198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망명 중 세운 미국의 한국인권문제연구소를 통해 미국에도 전해졌다.

김대중도서관은 "성명서는 미국 사회에 한국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알리게 된 사료"라며 "김근태 고문 사실이 미국 사회에 알려진 과정을 알 수 있게 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인권문제연구소가 전두환 정권의 각종 문제점을 미국에 알려 한국의 민주화 필요성에 대한 여론 형성을 도운 점도 알 수 있게 하는 사료"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