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도 문 활짝 열고 장사…직원들 "한기 느낄정도 힘들어" 매출에만 혈안 직원들 건강 안중에 없어, "근무 환경 생각해야"
"난방기가 돌아가고 있는데도 추워요.
" 2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객사'를 중심으로 늘어선 상가.
이곳에 위치한 한 신발전문매장 직원들은 손에 핫팩을 쥐고 손을 녹이고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손이 소매 안으로 들어가도록 옷을 쭉 늘여 뺐다.
핫팩을 연신 흔들어보지만, 한기를 떨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입김이 선명히 보일 정도로 매장 안 기온이 뚝 떨어져 있었다.
도내 여러 곳에 한파주의보와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신발전문매장 직원들은 왜 추위에 떨어야 했을까.
영하로 떨어진 매서운 추위에도 매장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한기를 동반한 바람은 활짝 열린 매장 문을 통해 그대로 실내로 유입됐다.
한쪽 면의 문은 아예 병풍처럼 접혀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한여름 에너지 비효율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개문냉방'에 이어 한겨울에는 '개문난방'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문난방은 개문냉방과 달리 에너지 낭비보다 근로자 보건 안전 위협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문이 열리면 직원들은 근무 시간 내내 추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거리를 지나는 손님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여야 하니 영업 차원에서 문을 열어 놓는다"면서도 "추워도 너무 춥다"고 토로했다.
이 상권에 자리한 다른 신발전문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직원은 "본사 영업 방침이라서 열어 놓을 수밖에 없다"며 "늘 문이 열려 있는데, 지난달 정말 추웠을 때 문 2개 중 1개만 닫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평소 추울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몸을 움직여서 열을 낸다"고 답했다.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신발전문매장, 화장품 가게 중 일부 사업장의 문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이 부여하는 '착한 가게' 로고도 떡하니 붙어 있었다.
로고 아래에 적힌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을 준수하는 기업으로서 냉·난방기 가동 시 문을 닫고 영업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개문난방 매장의 직원들은 '본사의 영업 방침'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한 신발전문매장의 점장은 "본사와 사업장이 지키고 있는 영업 방침이고, 직원들하고 상의해 문을 열었다"며 "손님을 붙잡기 위한 방법인데 왜 이런 걸 문제 삼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개문난방 중인 한 신발전문매장 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으나 답은 오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는 '매출 증가에 급급한 사업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했다.
신정웅 전국 알바노조 비대위원장은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매출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렇게 열악한 업무 환경이 된 듯하다"며 "최소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문을 닫는 등 기준을 만들거나 방한용품을 지급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문제 전문가는 사업주의 노동 인권 존중을 주문했다.
김초롱 노무사는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사업주가 결정하고 문 개폐 문제를 포함한 업무지침은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로 받아들여진다"며 "근로자들은 사실 사업주가 정한 지침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포함되지 않은 기타 근로 환경은 개인 사업주의 재량"이라며 "사업주는 근로자의 보건 안전, 노동 인권을 위해 전문가들의 지적과 직원들의 민원 제기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