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제주도에 진출해 키위를 생산해온 뉴질랜드 업체 제스프리는 최근 전남 장흥과 해남으로 생산지역을 확대했다. 지구 온난화로 전남 지역의 일조량 등 기후 조건이 과거 제주도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과일 재배제한선이 계속 북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과일 재배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과일 재배지역을 북쪽으로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0년(1991~2020년)간 한반도의 봄과 여름은 각각 일수가 4일 길어진 반면 가을은 하루, 겨울은 무려 1주일이 짧아졌다. 같은 기간 연평균 기온(12.8도)은 평년값보다 0.3도 상승했다. 한반도가 사실상 아열대기후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 재배되는 주요 과일 산지도 북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과 충북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던 사과 재배지역은 강원 남부 영월과 정선을 거쳐 북부 양구까지 확산됐다. 충북이 주요 산지인 복숭아 또한 강원 원주와 춘천 등지로 지역을 넓혔다. 창원 김해 밀양 등이 주 산지인 단감 또한 경북 칠곡, 포항, 영덕으로 밀고 올라갔다. 노지 재배 감귤은 제주뿐 아니라 전남 고흥과 경남 통영·진주 등 일찌감치 바다를 건넜다.

통계청은 “강원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의 지역이 21세기 후반기에는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주요 농작물 재배가능지가 북상할 것”이라며 “그 결과 사과, 복숭아, 포도, 인삼 등은 재배가능지역이 점차 감소하고 감귤, 단감 등은 재배한계선이 상승하며 재배가능지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