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결정 존중" 각 세우기 자제…朴 사과 요구로 차별화 시도
촛불민심-중도 사이 줄타기 행보…1년 전 사면론 역풍 맞은 이낙연 재주목
사면 반대했던 이재명, 내부 갈등 확대 피하며 지지층 달래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여권 내부 갈등 봉합과 핵심 지지층 달래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이 후보는 그간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해왔지만, 이번 사면 결정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앞세우며 각을 세우는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사면에 부정적인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를 포기할 수 없다는데 따른 줄타기 행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유예 등을 놓고 당·정·청 간 마찰음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갈등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로 비친다면 대선 판도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사과 요구로 차별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사면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 당내 강경파 및 핵심 지지층을 보듬으려 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사면이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고유 권한인데 거기에 대해 후보가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순 없었을 것"이라면서 "비판도 결국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달 초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리켜 "이분들은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사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갑작스럽게 알려지자 이 후보는 다소 난처한 입장이 됐다.

마침 이날 오전 일찍 라디오에 출연한 이 후보는 사면 관련 질문에 "상황 파악도 안 된 상태"라며 "저도 사실 오면서 기사 보면서 약간 좀…"라며 이번 결정에 다소 의구심을 품는 듯한 뉘앙스를 남겼다.

이번 사면 결정은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도 상의하지 않고 홀로 내린 결단으로, 이 후보는 최종 결정 시점인 이날 오전 국무회의가 개최되기 30분전 쯤에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이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되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면 반대했던 이재명, 내부 갈등 확대 피하며 지지층 달래기
한편, 1년여 전 사면론을 꺼낸 이낙연 전 대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1월 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여권의 유력 주자로서 중도층을 겨냥한 대권행보를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다소 설익은 시점에 꺼내든 사면론은 당내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반감을 사면서 결국 이 전 대표가 경선에서 패배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침 51일간의 잠행을 마치고 전날 선대위에 다시 등판한 이 전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아무런 입장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박광온·윤영찬 의원 등은 이날 SNS에 이번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건강을 고려한 인도적 고려의 결과로,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야 하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연이어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