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결정되자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전했다. 이 후보는 또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되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사면 소식을 접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가 이 후보에게 알렸을 것이란 일각의 추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국방 공약을 발표한 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구체적인 사면권 행사에 대해선 공지된 제 입장이 있으니 그 부분을 참고해달라”고만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여당 지지층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데다 이 후보의 고향이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지역 여론을 동시에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이날 “건강이 좀 안 좋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겠다”며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2016년 탄핵 정국에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 당시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의혹의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다가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항명 논란이 불거지며 법무부 징계를 받고 사실상 좌천되기도 했다.

야당 후보가 된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환영 의사를 밝힌 것은 TK 등 보수정당의 전통적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됐다. 윤 후보는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썼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복당 및 사면 복권 조치 등 정치 재개와 관련해서는 “너무 앞서나가기보다 일단 건강 먼저 회복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