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IC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잠원IC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사진=뉴스1
내년도 자동차보험료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올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개선되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급격히 악화하면서다. 당초 연간 기준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돼 보험료 인하 가능성이 흘러나왔지만 이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주요 4개 손보사의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5∼87.4%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10월 기준 이들 손보사의 손해율(79.5∼84.0%)보다 한 달 만에 5%포인트 안팎 오른 것이다.

이 기간 각사별 손해율을 보면 △삼성화재 7%포인트(79.5%→86.5%) △현대해상 5.2%포인트( 82.3%→87.4%) △DB손해보험 4.7%포인트(80.8%→85.5%) △KB손해보험 3%포인트(84.0%→87.0%)씩 올랐다. 이들 4개사의 점유율은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벌어들인 전체 보험료 중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즉 손해율 85%는 보험사가 보험료 1000원을 받고 보험금 850원을 내줬다는 뜻이다. 사업운영비 등 지출을 고려한 적정 손해율은 78~80% 수준으로, 보통 업계에서는 손해율이 80%가 넘어가면 보험사가 손실이라고 본다.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한 데에는 위드 코로나 시행 영향이 컸다. 그간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차량 운행량이 증가한 결과 사고 발생률이 뛰었다. 실제로 지난달 일평균 자동차 사고 건수는 전월(10월) 1만9906건보다 1579건 늘어난 2만1485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추가로 손해율이 악화할 여지도 남아있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를 고려해보면 12월은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급등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달 1일부터 차량 정비수가가 평균 4.5% 인상된 점도 손해율 악화를 점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비수가가 4.5% 오를 경우 보험료 1%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업계는 추산했다.

이렇게 되자 4년 만의 자동차보험 흑자 전환과 이에 따른 내년도 보험료 인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보험업계는 내년도 보험료 동결 이상의 조치는 어렵단 입장이다. 올해 손해율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 예상되는 데다 근 10년간 늘어났던 적자 규모를 이제 회복하는 단계인 만큼, 보험료 인하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손보사들은 지난 10년간 2017년을 제외하면 매년 자동차보험에서 적자를 봐왔다. 자동차보험은 2018년 7237억원 적자를 기록한 뒤 2019년엔 1조6445억원까지 적자 폭을 키웠다. 2017년 한 해 266억원 흑자를 달성한 이후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만 내년 보험료가 인하될 여지는 남아있다. 자동차보험료가 금융당국의 간접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 차를 갖고 있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특성상 보험상품 중 유일하게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매년 1월 보험사에 자동차보험료 관련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요율 결정에 개입해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당국 압박으로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적자가 났지만 올 초 보험료를 동결했다. 이처럼 수년간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데 올해 약간의 이익을 낸다고 해도 곧바로 보험료를 인하하라는 요구는 합당하지 않다"면서도 "금융위가 보험료 추가 인하 지침을 내릴 경우 계속 버틸 수 있는 보험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