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갈수록 가관이다. 이번엔 조수진 최고위원(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이 이준석 대표(상임선대위원장)에게 대들고, 이 대표는 이에 발끈해 선대위원장에서 사퇴하는 등 한심한 상황을 연출했다. 대선이 코앞인데 제1 야당이 정권을 되찾겠다는 결기를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이렇게 내부 총질이나 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의 충돌을 보면 공당이 아니라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조 단장은 그제 회의에서 윤석열 후보의 뜻이라며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표가 “공보단이 잘 대응하라”고 하자, 조 단장은 “난 후보 지시만 듣는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격분해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간 이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까지 열어 선대위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하극상을 보인 조 단장이나, 시위하듯 자리를 던진 이 대표나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잖아도 국민의힘 선대위는 중진 의원들의 당권파, 윤 후보 측 신당권파, 이 대표 측 신진세력이 자리와 영입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고 한다. 이 대표와 조 단장 충돌은 예고된 사태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항문침’ ‘무속 공방’ 등으로 희화화하면서 국민의 눈총을 받았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선 자리를 두고 지루한 다툼을 벌이더니 대표가 당무를 보이콧하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졌다.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한 달 반 지났는데 그동안 대체 뭘했는가. 유권자들은 정책공약과 비전의 윤곽조차 알 수 없다는데, 캠프에선 마치 대선을 다 이긴 양 김칫국을 들이켜는 분위기였다. 재원 대책도 없이 ‘코로나 보상 50조원, 100조원’을 툭툭 던지며 포퓰리즘에 동승하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손을 들어줬을 뿐이다. 김건희 씨 경력 의혹에 대해서도 진위를 조속히 가려 소명할 건 소명하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하는데 우왕좌왕하다 매번 타이밍을 놓쳤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인데 당과 후보 지지율이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이유를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과연 정권교체에 부응할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 미심쩍어한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자충수만 거듭한다면 민심은 더욱 차갑게 돌아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