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주일대사가 20일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예방해 양국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강 대사는 이날 오후 외무성에서 약 30분간 모리 사무차관을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올 1월 부임한 강 대사가 지난 6월 취임한 모리 사무차관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강창일 주일대사, 모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비공식 면담
강 대사는 부임 당시 외무상이던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현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지 못한 데 이어 지난달 모테기의 뒤를 이어 취임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현 외무상과도 아직 인사를 나누지 못한 상태다.

외교가에서는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측이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 판결을 놓고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일본 측이 면담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도통신은 모리 차관이 이날 강 대사와의 비공식 면담에서도 양국 간 갈등 현안인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모리 차관은 한국이 대선을 앞둔 상황인 점을 들어 현 단계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뜨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일 주일대사, 모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비공식 면담
그러나 강 대사는 한일 현안과 관련해 일본 측 얘기를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한층 고위급에서 대화를 이어가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양국이 국장급 차원에서 간헐적인 대화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강 대사는 차관급이나 장관급으로 대화 채널을 격상하자는 메시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강 대사는 일본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큰 그림을 그려 놓은 뒤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일 주일대사, 모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비공식 면담
앞서 정의용 외교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짧은 시간 동안 선 채로 첫 대화를 나눴다.

두 장관은 당시 대화에서 징용 피해자 문제 등 쟁점 현안의 해법을 둘러싸고는 평행선을 달렸지만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한 외교당국 간 협의와 의사소통을 가속하자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강 대사가 이날 모리 사무차관을 비공식 예방한 것은 두 외교수장 간의 당시 논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연장선으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