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또 동결됐다. 한국전력은 최근 1년간 연료비 급등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h당 29.1원)이 커졌다며 ㎾h당 3원 인상(분기 상한선)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물가안정이 우선이라며 요금에 손대지 않기로 한 것이다.

거리두기 강화에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한다고 해놓고 세 차례(2·3분기 포함)나 전기료를 동결해 한국전력 영업손실은 올해 4조원대, 내년에는 5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탈(脫)원전을 한다며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4배 비싼 LNG 발전(설비 비중 32%)에 의존하게 됐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 가능성 등 최근 국제적으로 LNG 가격이 오를 요인만 가득하다. 발전공기업 적자는 결국 국민 혈세와 전기료 현실화로 메꿀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해결책은 가동 중단된 원전 8기를 다시 돌리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추진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대안을 검토하기는커녕, 탈원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모면하려고 전기요금 동결이란 무리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도입만 해놓고 유명무실해져 자칫 미국 증시 상장사이기도 한 한전의 대외신뢰와 국가신인도까지 흔들 수도 있다.

이번 전기료 동결이 내년 대선을 앞둔 ‘선거용’이란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2년간 10조원에 달할 한전의 천문학적 손실을 차기 정부에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인한 한전의 수익 악화를 전력기금에서 보전해주기로 이미 법령까지 뜯어고쳤다. “한전이 작년에만 2조원의 차입이자를 물었다”(김종갑 전 한전 사장)는 지적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국민 부담을 경고한다. 언제까지 탈원전을 사이비종교 교의처럼 떠받들며 국민 눈속임하듯 ‘전기료 폭탄 돌리기’를 계속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