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한달 앞두고 대학도 '좌불안석'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과 공무원이 사고를 당하면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장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선 “대학 운영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중앙대 등 TF 꾸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대와 중앙대는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법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서강대, 한양대 등도 TF팀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고려대는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심의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연구실안전관리위원회 등 법정위원회를 비롯해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위한 자체적 위원회인 캠퍼스안전위원회 등을 구성했다. 경희대는 학내 준법감사원을 통해 교무위원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두 차례 교육을 했다. 기업들의 준비 내용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에도 대학들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에는 학교가 포함돼 있다. 법이 시행되면 학교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교직원과 공무원이 업무 중 사망이나 중증 장애를 입으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영책임자는 학교의 급이나 설립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집을 통해 국립학교는 ‘총장 또는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 공립학교는 ‘관할 교육감’, 사립학교는 ‘학교법인 이사장’을 최고 경영자로 유권해석했다.

서울대 인천대의 경우 총장이, 연세대 고려대는 학교법인 이사장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치된 부·처·청과 기타 위원회 등 행정기관의 장을 의미한다. 선진학교·한국우진학교 등은 교육부 장관, 국립국악고등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구미전자공업고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부산해사고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이 기업도 아닌데…”

고용부의 유권해석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환영’ 입장을 내놨다. 초·중·고교 학교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교총은 상급 기관의 관리 감독 지시를 받아 사실상 사업 선택권이 없는 학교와 학교장의 처벌만 강제하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며 “이번 해석으로 학교장의 부담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교는 공중이용시설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뜻하는 중대시민재해 처벌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교육부가 “중대시민재해 처벌을 적용하면 학교가 외부에 시설을 개방하는 걸 꺼려 시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의견을 냈고 고용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대학이다. 초·중·고교에 비해 규모가 크고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데다, 학내 건설사업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산업안전 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총장, 재단 이사장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대학은 기업처럼 전문성 있는 조직을 마련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사립대 총장은 “대학들은 안 그래도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 각종 규제에 둘러싸여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중대재해법까지 이대로 시행되면 대학 경영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