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줄고 불법 유흥업소 일자리 제안 많아…"불안감 높아져 자해 시도 늘어"

"집에서 살 수 없어 가출했는데 집에서 자가격리라니요.

"
가출 청소년 A군은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가정 문제로 뛰쳐나왔던 집에 다시 들어갈 순 없었고 그냥 거리 위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코로나 위험 속 가출 청소년들…복지시설은 닫히고 범죄 유혹
◇ 거리생활·생계불안에 방역 신경 못써…'알바' 줄며 범죄 유혹도
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가출 청소년들은 코로나19 위험은 물론 생계 위협, 정서 불안의 어려움에 내몰려 있다.

수시로 거처를 옮기고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생활 패턴 때문에 감염병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도해줄 사람도 곁에 없다.

작년까지 3년 넘게 가출 생활을 했다는 심모(19) 씨는 "가출을 하면 사람 많은 곳을 밤낮없이 돌아다닌다"며 "잘 모르는 애들과도 어울리고, 상대방이 백신을 맞았는지도 상관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도 "당장의 생활비가 급한 아이들 입장에서는 코로나 문제가 뒷전"이라며 "멤버가 자주 교체되는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같이 어울리는 무리)도 방역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들자 가출 청소년들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 성매매, 절도 등 범죄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가출 경험이 있는 한 10대 청소년은 "돈을 뺏거나 차를 털거나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며 "여자애들을 모아서 조건만남을 뛰게 하고 돈을 걷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위험 속 가출 청소년들…복지시설은 닫히고 범죄 유혹
한 청소년센터 활동가도 "유흥업소들이 코로나 방역을 피해 불법적으로 문을 열면서 아이들에게 일자리 제안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금융 사기 피해에 휘말리는 청소년들도 봤다"고 했다.

실제로 SNS상 가출 청소년들 커뮤니티에는 유흥주점 알바를 구하거나 카카오톡 계정 등 개인정보를 매입하겠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좋지 않은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친구들은 더욱더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했다.

◇ "관계 단절에 불안…자해 많아져"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청소년 쉼터 등 복지시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하며 가출 청소년들이 기댈 곳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정원 제한 없이 운영하라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선 축소 운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쉼터 관계자는 "이용 정원이 총 14명이지만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아이들을 대상으로만 최대 4명을 받고 있다"며 "14명을 다 받으면 현실적으로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위험 속 가출 청소년들…복지시설은 닫히고 범죄 유혹
이어 "직원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체온이 높은 아이들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센터 활동가도 "관련 기관들이 휴관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했다"며 "심리·정서적인 지원이 끊기자 청소년들의 불안감이 높아졌고 최근 자살적·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전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가정 밖 청소년들은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더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