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첨단 입은 'K섬유'의 질주
섬유산업은 1970년대 한국 수출액의 40%를 차지한 대표 산업이었지만 중화학공업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이랬던 섬유산업이 첨단 기술과 결합해 고부가가치 성장 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8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스판덱스 제조업체인 효성티앤씨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조677억원이다. 작년 동기(1364억원)의 여덟 배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3870억원으로 ‘1조 클럽’ 달성이 확실시된다.

국내 최초 나일론 생산업체로 섬유기업 원조격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와 타이어코드 등을 앞세워 올 3분기까지 역대 최대인 24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동기(919억원) 대비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섬유산업의 부활은 수출 실적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12억달러에서 올해 130억달러로 17%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섬유산업의 환골탈태에는 기업의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효성이 30년간 R&D에 투자한 끝에 세계 1위에 오른 스판덱스가 대표적이다. 고기능 섬유인 스판덱스는 원사 자체가 염색이 잘 되지 않는 데다 탄력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1989년부터 스판덱스 개발에 들어간 효성은 3년간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은 뒤 1992년이 돼서야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광케이블에 쓰이는 아라미드, 전기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 등도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섬유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들은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