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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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경제 둔화를 알리는 최악의 뉴스들이 쏟아졌다.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은 공식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로 낮췄다. 둔화하는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 하반기 내내 한국 증시를 짓누른 원인이다.
다시 돈푸는 中…"국내 철강·화학株에 기회"
그러나 이날 코스피지수는 0.62% 상승한 2991.72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중국 경기 부양책의 첫 단추’로 받아들였다. 내년 목표 성장률을 밑돌 위기에 처한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준율을 인하할 때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역사적 경험도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지준율 인하 시 코스피지수 상승”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각종 부양 정책도 연이어 발표됐다.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에 쓰이는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올해 3조6500억위안에서 내년 4조위안으로 늘렸고, 인민은행은 이날 농업 및 소기업을 지원하는 재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중국이 지준율을 인하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지준율 인하 때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중국의 지준율 인하 사이클은 총 세 번이었다. 2011년 12월, 2015년 2월, 2018년 4월이다. 리딩투자증권에 따르면 지준율 인하 1개월 전을 기준점(100)으로 삼았을 때 지준율 인하 10주 뒤에는 모두 코스피지수가 상승했다. 2011년은 103, 2015년은 108, 2018년은 102를 기록했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준율 인하는 중국 경기 부양 정책이 시작된다는 중요한 신호”라며 “대(對)중국 최대 수출국인 한국 기업에도 유동성이 흘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과 2015년, 2018년 지준율 인하 4주 전 대비 지준율 인하 10주 후의 누적 수익률을 보면 증권(24%)과 건설(20%), 기타소재(19%), 생활용품(17%), 조선(14%), 하드웨어(13%), 화학(12%) 업종이 특히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곽 연구원은 “지준율을 인하하면 기업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로 철강, 화학 업종을 비롯해 내수 소비재 주가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저(低)PBR 종목 주목”

헝다그룹이 디폴트에 빠졌지만 증권가에서는 ‘중국 정부가 용인한 디폴트’라며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헝다가 발행한 달러채권 비중이 워낙 작기 때문에 금융 리스크로 위험이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중국이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내놓을 추가 부양책에 더 관심을 기울일 시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중국의 경기부양책 기대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통화·재정정책이 완화적으로 돌아서면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신흥국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신흥국 전반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매수세도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주와 화장품 등 내수소비주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크게 낮아진 종목에 눈길을 돌릴 때라고 조언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PBR 저점에서 반등을 시작한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PBR 하단까지 내려간 종목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지지부진하던 철강, 화학 등 소재 업종이 최근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며 “화장품 등 일부 소비재 업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현대제철(0.28배), 포스코(0.43배), 롯데케미칼(0.52배), 대한유화(0.59배), 금호석유(0.97배) 등이다. 5~7배 사이던 LG생활건강의 PBR도 4배 밑으로 떨어졌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