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감각적 무대서 펼쳐지는 비극적 사랑…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막이 오르자 화려한 차림의 귀족들이 술잔이나 촛대를 들고 정지 화면처럼 멈춰 서 있다.

그 가운데 여인이 혼자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이 여인은 귀족을 상대하는 파리 화류계의 '비올레타'다.

이 장면은 상류층 귀족들과 비올레타의 상황을 대비해 보여주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어 귀족들은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를 흥겹게 부르며 떠들썩하게 파티를 즐긴다.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작품은 베르디가 1853년 작곡한 3막 4장의 오페라로, 사교계의 여인 비올레타와 연인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과 상류사회의 위선, 가족 이기주의 등을 다룬다.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길을 잘못 든 여자'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도덕과 위선으로 병든 사회에서 상류층에 몸을 팔아 살아가는 비올레타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한 제목이다.

파티에서 젊고 순진한 귀족 알프레도의 마음을 받아들인 비올레타는 화류계를 떠난다.

알프레도와의 달콤한 나날도 잠시,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비올레타를 찾아와 둘의 관계가 딸의 혼사에 걸림돌이 된다며 아들과의 이별을 강요한다.

평화롭던 시간은 끝이 나고 비올레타의 운명은 비극을 향해 간다.

감각적 무대서 펼쳐지는 비극적 사랑…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프랑스 출신 연출가 아르노 베르나르는 이 작품을 강렬한 감각적인 미장센의 무대로 풀어냈다.

3면을 검정으로 두른 무대는 총 4개로 구성된다.

1막에선 하얀 식탁보가 덮인 기다란 테이블을 중심으로 귀족들의 성대한 파티가 펼쳐진다.

2막 1장에서는 핏빛 바닥에 하얀 의자를 놓아 비극이 시작됐음을 암시하고, 2막 2장에서는 거대한 샹들리에를 매달아 화려한 무도회장 분위기를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 3막 무대에는 가구들을 흐트러지게 배치해 비올레타의 절망적인 상황을 묘사한다.

극의 배경을 19세기 파리에서 1950년대로 옮기면서 선택한 크리스티앙 디오르 스타일의 우아하고 세련된 의상도 눈길을 끈다.

1막 파티 장면에서는 다채로운 빛깔의 드레스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사랑이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2막 무도회장에선 검정 의상을 통해 앞으로 닥쳐올 비올레타의 암울한 상황을 암시한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김성은·김순영, 알프레도 역은 테너 김우경·신상근, 왜곡된 부성애로 둘의 사랑을 막는 제르몽 역은 바리톤 양준모·이승왕이 맡는다.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을 이끈다.

감각적 무대서 펼쳐지는 비극적 사랑…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