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눈치도 성과 압박도 없다…'AI 연구원'끼리 자유롭게 열공
인공지능(AI) 연구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하고 함께할 동료를 모은다. 공통의 관심으로 탄생한 연구실에선 서로가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쌓은 지식을 공유하며 성장한다. AI 교육 커뮤니티 기업 모두의연구소는 교육 플랫폼 ‘LAB’을 통해 ‘작은 대학원’을 운영한다. AI를 중심으로 블록체인·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폭넓게 연구하고 배운다. 진행되는 과정은 약 50개에 달한다.

AI를 익히려는 이들은 날로 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모두의연구소에 최근 수강생이 몰리는 이유다. 창업 첫해 모임에 참석한 인원이 15명에 불과했는데, 어느덧 유료 회원인 ‘멤버십 연구원’ 규모가 500명까지 커졌다. 누적 수강 인원은 지난 8월 기준 7000명, 누적 모임 수는 464개에 달한다.

수강생은 한 명의 ‘연구원’으로 지칭된다. 학력과 나이 상관없이 스스로 원하는 연구를 한다. 부족한 지식이 있다면 다른 연구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LG전자 연구원 출신인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사진)가 창업 초기부터 추구해온 형태다. 그는 “전 국민이 평등한 AI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모두의연구소 ‘풀잎스쿨’에선 온라인 선행학습과 오프라인 토론식 교류가 병행된다. 이른바 ‘플립 러닝’ 방식이다. 8주 또는 11주 동안 일종의 공부 모임이 만들어지는 셈인데, 모임 형성을 주도한 ‘퍼실리테이터’가 개별 프로그램의 담당자 역할을 한다. AI 기술 강의가 70% 상당을 차지하지만, 스타트업 마케팅부터 경제 상식까지 폭넓은 교육을 다룬다. 지난 9월 모집을 마감한 17기 기준, ‘AI를 위한 고등학교 수학’ ‘CS231n으로 시작하는 딥러닝’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마케팅 기초’ 등 다양한 강의가 열렸다.

모두의연구소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역마다 ‘AI 학교’를 세운 것이다. 모두의연구소 ‘아이펠(AIFFEL)’은 지역 간 AI 교육 격차를 해소하자는 배경에서 시작됐다. 현재 서울·인천·대전 등에 5개 캠퍼스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엔 계명대 AI융합연구소, 대구테크노파크 디지털융합센터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다음달 설립될 대구 아이펠에서 AI 인력 양성에 협력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울산과 부산에도 연내 학교 설립을 진행해 올해 총 8개 캠퍼스를 갖출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