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모습과는 다른 말과 행동…엠마 하트 개인전
사람의 말과 말하는 방식은 액면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계층적, 지역적 배경이 드러나 남을 판단하고 분류하는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때로는 가면을 쓴 것처럼 진짜 자신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남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노동자 계층 출신인 영국 조각가 엠마 하트(47)는 중상류층이 주류인 예술계에서 괴리감을 느꼈고, 스스로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짜라는 것을 들킬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빅 마우스'(BIG MOUTH)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다는 자의식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말이 많고 허풍을 떠는 자신을 '떠버리 같다'고 느낀 데서 나왔다.

작가는 언어, 목소리, 억양, 화법, 표정, 제스처, 자세 등을 포함한 언어적, 비언어적 기호 체계에 따라 사람이 분류되는 사회에 대해 고찰하고 세라믹 조각 작품으로 이를 은유한다.

'핑거포스트'는 어딘가를 가리키는 손가락들로 표지판처럼 기둥을 세운 작품이다.

손가락은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잘못된 행동을 짚어내며 비난하는 모양일 수도 있다.

원형의 과녁 모양과 비슷한 '타깃'은 말하는 순간에 말투, 억양 등의 특징이 드러나 표적이 되고 눈총을 받기도 하는 상황을 표현한다.

'스피치 버블'은 내면과 외면이 분리된 이중적 상태와 심리를 담은 작품이다.

안과 밖을 가진 얼굴 형태 조각에 '이면', '입방정', '양다리' 등의 단어로 두 세계에 걸친 이중적 정체성과 분열을 말한다.

유머러스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상의 작품으로 채워진 전시장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다.

그러나 그 안에 숨은 메시지까지 가볍지는 않다.

소통을 위한 체계가 때로는 남을 분류하고, 그 '표준'에 맞춰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폭력성을 가질 수도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

작가가 영국 예술계에서 느낀 경험이 바탕이 됐지만, 남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진짜 내 모습과는 다른 말과 행동…엠마 하트 개인전


/연합뉴스